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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 - 환생과 업의 교리를 거부하며 인간 붓다의 삶을 다시 그려낸 어느 불교도의 이야기
스티븐 배철러 지음, 김옥진 옮김 / 궁리 / 2014년 1월
평점 :
《어느 불교 무신론자의 고백》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330/pimg_716514138992712.jpg)
제목의 조합이 참으로 독특했다. 불교와 무신론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또 이상한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불교는 신이 없는 종교이며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깨달아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교니까. 그러나 어떤 것이든 종교라는 이름을 달면, 아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단체가 생기고, 이들을 인도할 어떤 원칙이나 대표할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왜곡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원칙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떨어져 나가 분파가 생기고 때로 나쁜 마음으로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하는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우리는 이단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는 불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구상에 수많은 종교들이 그러하고 특히 영향력이 큰 4대 종교가 가장 그렇다. 그리고 사랑과 자비를 내세우는 이들 종교들 때문에 아직도 지구는 전쟁 중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내가 말하는 것의 일정 부분에 의문과 회의를 느낀 것 같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인도에서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을 만나 10년 동안 승려로 살다가 결국 환속하여 재가신자로 살게 된다. 어떤 불교 조직이나 전통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살며 프리랜서 순회강사로 살고 있다.
저자는 다른 이들이 옳다고 믿고 불교로 제시했던 것의 상당 부분이 붓다 사후 수 세기가 흐른 뒤 그가 살았던 때와는 다른 상화에서 발전된 교리와 관례라는 것을 깨달으며 회의를 가지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추종자들의 필요에 의해 진정한 진리는 왜곡되고 사라진다. 결국 이는 불교의 전통과 그 창시자를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 싯닷다 고타마 (시타르타)의 설법을 공부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가 신의 위치로 격상되기도 한다. 이에 의문과 회의를 갖던 저자는 '팔리 경전'을 접하게 되고 이곳에 나온 장소들을 직접 보고 탐구하기 위해 다시 인도로 향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고민과 행보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그의 일상과 고민했던 흔적들이 이 책 전체에 실려 있는데, 책의 중간 부분부터는 불교 교리와 고민에 대한 흔적, 경전 자체에 대한 해석들까지 빼곡히 적혀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신상과 고민을 담은 에세이를 넘어선 어떤 무거운 불교서적 같은 느낌도 준다. 또한 그가 경전에 기록된 장소를 답사한 기록들은 여행기를 보는 듯 하고 그 과정은 눈에 보이듯이 생생하다. 나 또한 아무런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불교를 철학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의미 있게 보는 편이어서 저자의 노력과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괜찮을 책이다. 불교와 싯닷타 고타마의 진짜 모습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혹은 종교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좋을 책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