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 허허당 인생 잠언록
허허당 글.그림 /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허허당 스님의 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를 정말 감명 깊게 읽었고,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에 이어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이다. 책을 받아드니 예전 책들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책의 사이즈가 조금 작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화려한 색감의 춤추는 듯, 꿈꾸는 듯, 사람들의 그림이 실린 표지.

책을 받으면 읽기 전에 먼저 책장을 스르륵 넘겨보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확실히 이 책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그림, 선화의 느낌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선화들은 모두 큼직하고 여백이 많았는데 이 책 속의 선화들은 작은 보살들과 새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이 작은 존재들이 한데모여 큰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새들이 모여 큰 새가 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거대한 새의 무리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작은 보살들이 모여 사람이 부처가 되기도 하고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 낸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계절이 바뀐다. 계절은 글귀에서, 그림에서 그들만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봄에서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을 지난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단풍이 든다. 세월은 오고감도 없이 늘 돌고, 돌고 순환한다.

이 그림을, 똑 같이 생긴 보살들과 새들을 그리는 승려의 뒷모습을 떠올려본다. 아마 이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깊은 무념의 상태에 빠져들었으리라. 선화들은 더욱 화려하고 빼곡해 졌지만 글귀들은 더욱 간결하다. 나는 스님의 책을 한 자리에 앉아서 정독하지 않는다. 늘 주위에 두고 한 번씩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툭 펼쳐서 읽는다. 그러다 보면 같은 페이지를 읽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만 쳐다보기도 한다. 가끔은 그림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고 새들의 힘찬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읽을 때 마다 볼 때마다 새롭다. 예전엔 그림을 잘 보지 않았는데 이번엔 글귀보다 그림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책을 읽기 나름이다. 특히 이 책은 더욱 그런 듯하다. 아마도 읽는 사람에 따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이 다르리라.

 

초승달

비가 오면 비가 되고

바람 불면 바람 된다

내 일찍이

비도 바람도 아니었거늘

새삼

무엇이 되고자 하리고

초승달이 산을 넘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