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 수수께끼의 궁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미궁》

 

 

 

 

 

 

 

조선 역사에서 정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바로 '인조반정'이었다는 평을 하는 학자들을 여러 명 본 것 같다. 국제 정세를 살피지도 못한 채 그저 명분이나 찾고 있었던, 아니 자신과 자신의 당파의 이익만 생각한 관료들의 이기심과 무능함에 참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비교적 국제 정세에도 민감하고 개혁 군주였던 광해군이 늘 재조명 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안타까움의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임금이 된 인조가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신하들 때문에 임금의 노릇도 제대로 못했고, 청으로 볼모로 잡혀가긴 했으나 앞선 문물을 보고 개혁과 북벌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소현세자도 여인의 치마폭에 쌓여 멀리하고 말았으니 이가 모두 인조의 부족함이 아니겠는가.

 

 

이 소설은 인조가 쿠데타로 왕위에 오르고 난지 19년이 지나 광해군이 제주도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후 5일간 궁에서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반정의 명분이 폐륜이었던 이유 때문인지 인조는 광해군을 죽이지 않고 강화도로 유배 보냈다가 다시 제주도로 보내버렸는데, 광해군은 폐위되고서도 19년이나 덤덤하게 생을 이어갔다고 하니 그 속이 오죽했을까. 저자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 오랜 시간, 광해군은 어떤 생각으로 그 긴 시간 살았을까? 혹 궁 안에 그를 위하는 사람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혹은 숨겨진 어떤 비밀이 있지는 않았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가져와 소설 속에서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소설은 상선과 제조상궁이 누군가에게 잡혀가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즈음해서 궁으로 제주에서 광해군이 명을 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궁은 그의 장례문제로 들썩인다. 그런데 그 후 궁에서 이들 사체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임금의 음식을 만들던 숙수가 독에 의해 죽자, 임금, 청에 볼모로 잡혀갔다 돌아온 인평대군, 조소용의 아들 숭선군에게 까지 살해위협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궁은 큰 혼란에 빠진다. 한편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궁의 실세인 '조소용' 전각의 궁녀와 통정을 하다 조소용에게 발각된 별감 진현은 목숨을 보전하는 대신 자신의 아들 숭선군에게 위해를 가하려한 사람을 15일 만에 잡아들이라는 명을 받고 몰래 이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다 이 사건이 궁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들과 연결되어있음을 직감하고 서서히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

 

 

구중궁궐 궁녀들의 놀라운 비밀, 광해군과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정말 소문대로 광해군의 망령이 이들을 죽이려 했던 것일까? 광해군의 슬픈 가족사와 잔인한 권력투쟁 그리고 궁녀들의 비밀까지. 소설은 이 모든 것이 잘 짜여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저자는 사건해결의 주인공인 진현에게 목숨을 건 15일만을 주어 긴장감을 이어가도록 했고, 실제 광해군과 인조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궁중의 법도나 품계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지루함을 없앴으며, 개인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궁이라는 공간은 인평대군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해결, 특히 궁녀들의 일상과 그녀들만이 공유하는 독특한 문화는 소설의 미스터리를 더욱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하는 등 촘촘한 구성으로 끝까지 적절한 긴장감, 속도감을 적절히 유지하는 탁월한 전개를 보여준다.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했다.

 

 

이 소설 <미궁> 또한 저자의 전작 <장옥정 사랑에 살다>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만한 작품이고 저자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믿고 읽어도 좋으리라. 궁은 정말 마르지 않은 샘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역사처럼 즐거운 이야기는 아마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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