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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이매망량애정사 세트 - 전2권 ㅣ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평점 :
《이매망량 애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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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 말하는 인연, 환생. 가끔 이런 것을 믿고 아니 믿고, 맞다 아니고를 떠나 내가 태어나게 된 인연, 살아오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 천직이라 여기는 내 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참 깊고 오묘한 일들인 것 같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도 조금만 진진하게 생각 하게 되면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만났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것이 달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이매망량 애정사》 을 읽다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서 주위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 참으로 묘한 소설이다.나는 우리나라 토속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이 소설에 나오는 신선, 귀왕, 선녀, 동자, 도깨비, 환생 등등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 깃, 기분이 막 좋아진다.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도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소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약간 걱정했던 것은 로맨스 였기 때문인데, 학창시절 이후로 사랑이야기는 낯간지러워서 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결혼까지 한 아줌마가 무슨' 하며 도리질 까지 쳤으니.
소설의 주인공은 도깨비 <망량>과 여인이지만 남자로 살아가야 하는 <이연> 이다. 도깨비 망량은 나무로 만든 피리에서 혼이 떨어져 나와 생겨난 사연이 있는 도깨비인데, 공력이 강해 인간들에게 늘 장난을 치고 다녀 귀왕에게 늘 야단을 맞는 천방지축이다. 이를 보다 못한 귀왕은 망량을 피리에 봉인하고, 피리를 부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는 벌을 내린다. 그리고 <이 연>은 대대로 의학교수였던 이 대감 집의 손녀다. 그래서 그런지 입신양면보다 직접 사람을 돌보고 아픈 병자를 고치는데 더 관심이 많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으니 그녀는 남자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녀의 어머니인 최 씨 부인이 시집오기 전 아버지 이 교수는 이미 여종이던 강 씨를 소실로 삼고 아들을 둘이나 낳은 상태였는데 그녀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인 이교수가 급작스럽게 사망을 하고 만다. 대를 이를 걱정을 하던 이대감이 소실 강 씨의 자식을 정식 손자로 인정하고 최 씨 부인을 내보내려는 찰나 임신한 것을 알게 되어 극적으로 출가는 면했지만, 복중 태아가 딸이면 결국 둘 다 쫓겨 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딸이었다. 딸과 자신이 사는 방법은 이연이 아들이 되는 수밖에 없었기에, 결국 최 씨 부인은 딸을 아들로 속이고 살아가게 되고, 소실 강 씨 모자는 집에 불을 지르고 재물을 훔쳐 달아나게 된다.
여인이지만 남자로 살아야 하는 이연. 그러나 남자로 속이고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이가 드니 과거도 봐야하고 혼인도 해야 했다. 그리고 죽은 듯이 숨어살던 강 씨와 그 아들 즉 이연의 이복 오라비가 그녀를 없애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결국 때가 되어 이연이 남자로써 혼인을 앞두게 되는 급박한 처지가 되는데 한 도력 높은 스님의 도움으로 여인이 남자로 바뀔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이연은 잠시 집을 떠나게 된다. 그러다 밤에 몸을 피하기 위해 들른 암자에서 이 연은 우연히 망량이 봉인되어 있는 피리를 불게 되어 이 둘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망량과 이연은 사랑에 빠지고. 도깨비와 인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과연 이 둘은 자신의 운명에 맞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그 둘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이 소설 속에는 이 연과 망량의 사연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둘과 얽히게 된 다른 인물들도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고 결국엔 사랑을 이루어 낸다. 그 과정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때는 조선이니 남녀, 반상의 구별이 극명하고 또한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도 섞여 있으니 그 갖가지 사연들은 정말 눈물 없이 볼 수가 없지만, 하나 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 악인들도 나오지만 그 악인들도 태어날 때부터 악인은 아니었다. 그저 신분과 재물 그리고 욕심이 그들을 악인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아닌지. 그들 모두는 인연의 끈으로 인해 만나고 헤어지며 자신의 선택에 다른 인생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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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무원의 이야기> 또한 참으로 감동적인 로맨스 이다. 무원은 이 연을 죽이려고 한 이복 오라비다. 그는 지독한 열등감 때문에 동생 이연을 죽이려는 잘 못된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그 어미는 미쳐버리고 자신도 화상 때문에 얼굴 반쪽을 잃어버린다. 결국 이연의 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평생 이연을 연기하며 살아가야할 처지가 된다. 조부 이대감에 의해 혼인은 하게 되지만 아내에게 마음을 열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얼어붙은 마음도 그의 아내가 된 여인의 사랑으로 인해 봄날 눈처럼 녹아버린다. 이 둘의 사랑 또한 이연과 도깨비 망량의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답고 따뜻하다.
아줌마가 로맨스는 웬 말이냐며 도리질을 치던 나였지만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2권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매력적이고 악인이라도 무작정 미워할 수는 없다. 다들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그들의 잘 못된 선택이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이를 깨닫기가 어렵고, 이생에서는 깨닫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그 부메랑은 언제나 자신을 따라다닌다. 이야기의 전개도 매끄럽고 주인공들이 사랑을 키워하는 에피소드들 또한 정말 사랑스럽다. 그들의 사랑과 얽히고설킨 인연과 깨달음의 이야기는 봄날의 꽃향기처럼 아름답고 뜨거웠으며, 버스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읽게 만들만큼 빠져들게 한다. 한동안 이들 사랑 때문에 행복할 것 같다. 벚꽃 흩날리는 봄날에 참으로 어울리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