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주위에 언제든 가서 밥 한 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단골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 오는 다른 손님들도 다 아는 사이 단골들이고, 언제든 가면 이 이웃들을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는 곳. 때로는 서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 불편하다가도 그 때문에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밥이 주는 위로는 또 얼마나 큰가. 우리의 삶을 가만 들여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늘 그 상황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서로를 축하하고 응원하고 위로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어머니의 식당이 바로 이런 곳이다. 비록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파는 가게는 아니었지만 집에 온 듯 편안한 곳으로 가게를 닫고 나서까지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웃을 수 있는 곳. 비록 냉장고에 가득 찬 냉동식품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 내지만 단골들에게는 아지트와 같은 푸근한 정이 흐르는 곳. 이곳에서 주인공 어머니는 주인공인 딸이 마흔이 넘도록 평생 가게를 꾸려왔다.

 

 

그녀는 여느 딸들이 그러하듯 엄마의 뜻과는 다르게 출판사에 취직해 괜찮은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흔이 훌쩍 넘은 어느 날 정말로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회사에서도 편집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평소에 감각 있다고 평을 들었던 음식을 배워 엄마의 가게를 새 단장해 오픈하게 된다. 그러나 가게는 예전 엄마의 식당과는 달랐다. 메뉴는 단 2가지, 빵과 스프. 좋은 재료에 담백한 맛을 살린 식당은 입소문을 타고 꽤 괜찮게 운영되었다. 그리고 가게를 오픈 할 때쯤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타로'라 불리는 고양이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외로운 주인공의 유일한 가족이 된다. 식당과 타로. 그녀에겐 이들이 삶의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엄마의 친구에게서 엄마도 가르쳐주지 않은, 이미 돌아가셨다는 그녀의 친 아버지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자신의 이복오빠가 주지로 있다는 절을 찾아가게 되는데…….

 

 

 

나는 힐링이라는 말을 참 껄끄러워하는데 이 소설은 이 말이 정말 진심으로 와 닿았다. 내가 우연히 길 고양이들을 만나 같이 살게 된 사연과 비슷해서, 그들이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따뜻해서, 같은 여자라서, 음식이 주는 따뜻함을 알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돌아가셔도 자신의 일을 찾고 꿋꿋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주인공의 모습도 참 대견했다. 특히 주인공과 고양이 '타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은 '작가는 정말 고양이를 잘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섬세하다. 소설은 앞서 말한 이야기가 큰 줄기다. 어떤 자극적인 이야기도, 얽히고설킨 극적 장치도 없이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그 잔잔함 속에 어떤 따뜻함, 감동, 사랑, 믿음 등의 갖가지 감정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 마지막 사건에선 결국 주인공과 함께 울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녀의 모습을 통해 삶의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 짧은 삶 속에서 만났다 헤어지고, 서로에게 곁을 내 주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성장하게하고 용기를 주면서 살아간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소설을 읽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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