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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인
김비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후견인》

어여쁜 금발 소녀 <스칼렛 에이들>. 소녀의 가족은 늘 파파라치에게 집요하도록 사진을 찍히고 일거수 일투족을 미행당하는 대단한 가문이었다. 그러나 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던 소녀의 부모님이 여행을 떠났던 길에 그만 살해를 당하고 만다. 안타깝게도 부모님을 총으로 쏴 죽인 범인은 찾지 못했고, 소녀는 졸지에 부유한 가문의 상속녀가 되었지만 그녀의 나이는 이제 겨우 10살이었다. 소녀는 어렸을 때 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빨랐고 특히 지능이 높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 학교에 가지 않고 의대출신인 가정교사 <테이트>를 들여 홈 스쿨링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바쁜 부모님 보다 오히려 자신을 돌봐주는 가정교사가 더욱 가족 같았기에 그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지만, 부모가 죽고나자 그를 비롯한 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저택을 떠났고, 부모의 생전 유언에 따라 부모와 가장 친했던 <서더랜드>가족이 소녀의 후견인이 되어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함께 산지 얼마되지 않아 그 유서가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서더랜드>가족은 범죄자가 되어 쫓겨나고, 새롭게 발견된 진짜 유서에서 후견인으로 지명된 가정교사<테이트>가 다시 소녀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소녀는 그를 냉정하게 대하지만 그가 소녀를 위해 데리고 들어온 신비로운 소년<노엘>을 보고 점차 마음을 풀게 된다.
한편, 유서사건 이후 <서더랜드>가족들은 한명한명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는데,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며 도망자로 살아가던 서더랜드 가족의 마지막 생존자 오누이는 범인이 그 소녀일 것으로 생각하고, 결국 자신들 또한 죽을 것을 예감, 마지막 반격을 위해 사립탐정 <루카스 튜더>에게 단서를 남겨 진실을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루카스 튜더>는 17살 어린나이의 사립탐정인데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슬픈 비밀을 가진 <제러드 타일러>와 함께 일한다. 이 둘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마치 논리적이고 치밀한 어린 홈즈와 조금 허술하며 인간적인 나이 많은 왓슨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기고 하고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훌륭한 팀워크를 쌓고 있다. 소설은 이 인물들 말고도 다른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모두 독특한 이력들을 갖고 있으며 사건해결에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다. 연쇄살인마 스칼렛 그리고 탐정 튜더, 이 둘은 서로를 먼저 찾고자 추격을 하며 결국 스칼렛의 집에서 모든 관련자들이 운명의 만남을 갖게된다.
소설은 스칼렛이 나오는 장면은 3인칭으로 튜더 탐정 일행이 나오는 장면은 <제러드 타일러>의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이 둘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각본은 아주 치밀하게 짜여져 있으며 그들의 심리상태 또한 아주 흥미롭고 섬세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를 놓치지 않으며 기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교차되어 진행된다. 소설은 처음부터 스칼렛이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아주 정교하게 숨기고 있다. 이 소설은 스칼렛이 연쇄살인마이고 이를 잡는 튜더 일행의 행위가 중요하기 보다는 <왜?>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녀는 왜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는가> 바로 이것이 이 소설의 키 포인트 이다. 또하나 눈여겨 볼것은 튜더 일행의 탐정으로써의 역할이다. 목숨이 걸린 긴급한 상황에서 제한된 증거만으로 진실을 유추해내고 암호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은 정말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를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또한 튜더와 타일러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무거울수 있는 소설을 굉장히 경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총 519 쪽의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다. 독자는 3인칭의 입장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기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는 장면, 각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활약, 추격씬 등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놓치지 않고 추리, 호러, 미스터리를 넘나들며 이어가는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 홈즈와 왓슨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도 정말 매력적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 한 소설이고,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