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연금술 -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영혼의 연금술》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했다는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 정규 교육도 받지 않았고 오로지 광적인 독서와 사색만으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통찰로 전후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이 책보다 실은 저자의 이력에 큰 매력과 호기심을 느꼈다. 물론 독서와 사색으로 깊은 인격과 철학의 완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했다.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철학자의 직함은 오로지 대학 정규교육을 마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지금 우리 사회는 이렇게 열린 마음을 가진 사회는 아니니까.

 

 

이 책은 <에릭 호퍼>의 여러 저서 중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을 실은 책이다. 아포리즘은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좋은 뜻을 담은 격언, 경구, 금언을 말하는 것인데, 이 책은 인간의 열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짧은 구절들로 이루어져있다. 거의 대부분의 글이 한 페이지에 반을 차지하지 않은 정도의 분량의 글들로, 번역된 구절과 영어원어가 그대로 함께 실려 있다. 그래서 우리말로 된 구절을 읽고 원어를 함께 읽으면 이해도가 좀 더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들 언로의 운율도 느낄 수 가 있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인간의 열정, 책 소개에 적힌 사회문제나 정치 등 어떤 일에 빠지는 것에 어떤 특징이 있는 걸까 생각을 먼저 해보았다. 그리고 나 자신은 열정적인 사람인가, 어떤 일이나 사회현상, 현안들에 빠져 미쳐본 적이 있는지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책 소개에는 묘하게도 이런 부분을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는 듯 했다. 그래서 과거에 늘 나 자신은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인정하기는 조금 꺼려졌다.

 

그리고 이 책장을 펼쳤다. 처음 몇 페이지는 그냥 무난히 넘어갔다. 그러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저자의 의견에 점점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글귀들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책에는 사회현안, 정치, 종교, 믿음, 독재 등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열정의 현상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왜 어느 순간 종교나 '나는 잘될거야' 등의 믿음에 빠지게 되는 것인지, 그런 과정이 때로는 광적으로 까지 느껴지게 되는지에 대한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시각들의 서술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정'만이라고 보기보다는 어떤 열망, 중독, 광기, 집착, 획일성, 신드롬 등 여러 빠져듦의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절들을 읽다보면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어떤 특징적인 모습들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볼 수도 있다. 구절들은 연결되는 듯 아닐 수도 있고, 페이지별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세상과 사람들의 행위를 꿰 뚫어보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은 어느 구절에서든 형형하게 살아있다.

 

 

 

자부심은 본래 자기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으로부터 파생된 일종의 가치감인 반면, 자존심은 자신의 잠재능력과 업적에서 나온다. 가공의 자신, 지도자, 거룩한 대의, 집단적인 조직이나 재산과 자기 자신을 일체화할 때, 우리는 자부심을 느낀다. -아포리즘 35 중에서-

일신교, 즉 유일신과 진리, 대의, 지도자, 민족 등에 충성하는 것은 대개 자부심을 추구하는 행위의 종착점이다. 고대 히브리인들이 유일신을 만들어내고, 이 신에게 선택받은 유일 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일 민족이 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아포리즘 37 중에서-

자신이 무엇인가에 고통 받고 있을 때, 무엇인가를 위해 고통 받고 있는 거라고 굳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약자의 재능이다. 이들은 달아날 때도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다고 믿고, 열기를 느낄 때도 빛이 보인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기피할 때도 선택받았다고 확신한다. -아포리즘 49 중에서-

우리를 진정으로 설득하는 요소는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허영심이다. 교묘한 선동가는 이런 내면의 요소를 불러일으켜 조종한다. -아포리즘 218-

앞서가려는 열정은 때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생겨난다. -아포리즘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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