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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어중간한 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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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신작이 돌아왔다. 예전에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을 읽으면서 참으로 독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책 또한 망설이지 않고 읽게 되었다. 작은 사이즈에 227쪽, 가방에 넣어 다니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출, 퇴근길에만 읽어도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적은 분량, 5편의 단편 모음에 가독성까지 좋다. 역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표지 디자인도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 소설은 일명 <안락의자 탐정>소설이다. 이는 탐정 역이 현장에 가지 않고 신문 기사 같은 한정된 실마리를 통해 사건을 추리하는 특수한 형식을 가진 미스터리를 말한다. -p100- 같은 대학에 다니는 유능한 아마츄어 탐정 홈즈 빈과 어리바리하지만 마음 착한 왓슨 미키오의 대화로 5가지의 사건이 해결된다. 물론 이는 신문기사와 그들의 친구가 먼 곳에서 보내오는 편지 속의 문제 혹은 사건 의뢰로 추리가 시작되고 그 둘이 대화로 해결하면 끝이다.
이 추리소설의 포인트는 <안락의자>다. 홈즈를 비롯한 탐정들은 대부분 피해자나 경찰에게 사건의뢰를 받고, 직접 사건현장에 뛰어들거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우리의 안락의자 탐정들은 신문기사나 재미로 보낸 듯한 사건의뢰 편지에 기록된 극히 제한된 사항에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문제를 푸는 헌책방이나 도서관에 있는 책 몇 권뿐이다.
소재도 독특하다. <어중간한 밀실>은 시내 공원 안에 있는 철조망으로 된 테니스장으로 안에서 잠긴 열쇄와 그 안에 갇힌 체 죽은 남자의 미스터리를 푼다. <남쪽 섬의 살인>은 멀리 섬으로 바캉스를 떠난 친구가 풀어달라고 보낸 편지의 사건으로 전라로 죽은 남자의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대나무와 시체>는 우연히 발견한 1930년대 신문에서 본 사건으로 높이 17미터에 목매 죽은 사람의 미스터리를 푼다. <10년의 밀실, 10분의 소실>은 우연히 만난 여자의 이야기로 10년 전 아버지가 목매달아 죽은 통나무집이 10분 만에 감쪽같이 사라진 미스터리다.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 은 식사를 하다가 도둑의 침입에 죽을 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경마 방송 시간의 트릭을 푸는 사건이다.
한 편,한 편 모두 흥미롭고 재미있다. 안락의자 탐정은 독자들이 함께 풀기에도 참 좋은 소재다. 탐정이나 독자에게 제공되는 실마리나 내용이 같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일본인 이기에 그들만 아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한정된 실마리를 통해 결론을 유추하는 것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추리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