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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 편집된 사실 뒤에 숨겨진 불편하고 낯선 경제
윤석천 지음 / 왕의서재 / 2014년 2월
평점 :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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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식에서 경제가사에 난 후 어떤 종목을 사거나 팔면 이미 늦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부동산관련기사도 마찬가지고 특히 무엇을 사고팔거나, 가치를 책정하는 것에서는 다 마찬가지라고. 혹은 어떤 사람들은 '언론 플레이' 라고도 한다. 뭔가 힘 있는 특정 집단의 필요에 의해 분위기를 조성하려할 때 가장먼저 경제기사를 이용한다고. 이런 경우는 특히 '개미'라고 대변되는 어리숙한 집단을 겨냥할 때가 많은 것이라고 말이다.
실은 가만 생각해 보면 완전히 잘 못된 말은 아닌 것 같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늘 주식 관련 채널을 틀어놓고 산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비슷한 소식통의 정보에 기초해 어떤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지 결정한다. 그 정보가 정확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익을 보아야 하지만, 개미들 중에 그런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예로 가장 가깝게는 우리 아버지도 피해자다. 아버지는 한창 주식이 호황일 때 친척분의 권유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우리아버지는 경제에 문외한이셨다. 당연히 신문기사나 방송채널에서 정보를 모았고, 비슷비슷한 친구 분들이 큰 비밀인 냥 전해주는 정보에 의해 투자를 하다 결국 많은 '개미'들이 그렇듯 '쪽박'을 차셨으니 말이다.
그 이후 이를 만회하려 또 투자를 하시려는 아버지를 말리려 우리 가족들은 참 많이도 애를 썼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 때 암울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다른 여러 이유들과 겹쳐 이미 그때부터 울화병이 나신 상태고 자식은 자식들대로 아버지의 울화를 풀어드리지 못해 늘 전전긍긍인 상태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 책《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은 이런 이유로 읽게 된 책이다. 경제기사와 방송채널에서 말해주지 않는 그 28가지가 무엇인지, 우리가 '정보'라고 믿고 보는 기사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정말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맞는지 그것을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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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의 문제점은 앞서 말한 '아버지의 일화'에도 숨어있다. 누구나 신문기사, 방송매체 등의 대중매체는 진실하며, 또 '선' 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러니 기사나 방송에 나온 말은 철썩 같이 믿고, 이 정보에 거짓이나 의도적인 방관이 스며있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는 각색되기 마련이며, 특정 단체나 글쓴이의 의도나 생각에 따라 왜곡되기도 한다. 글쓴이도 결국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며, 또 어떤 단체, 영리기관에 소속된 사람이므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또한 글쓰기와 말하기는 가장 정치적인 것이며, 정치는 필연적으로 '선전'을 동반한다. 때로 가공할 수 없을 땐 '팩트'만 전달하기 급급한데, 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2013년 기사 중 <박 대통령, 하반기 경제 정책 '규제완화⟶투자 활성화' 집중>이라는 구절을 보자. 이 기사의 내용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실은 것으로, 상반기 경기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 놓았지만 침체 국면인 경제 상황의 회복 기미가 뚜렷하지 않아 하반기에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경기회복을 유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담고 있지만 읽는 사람은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가 활성화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과거의 '규제'가 투자 활성화를 저지해 왔다고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규제가 악인가', 과연 규제를 풀면 '투자 활성화' 를 통해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전 이 대통령 때 수없이 시행한 규제 완화책이 실패로 돌아간 예를 들며 경제기사는 단순히 텍스트만 분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사가 말하는 것에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기사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목적, 즉 경제기사를 읽는 것을 넘어 '사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써진 책이고, 이를 기준으로 총 5가지 챕터에서 실제 기사들을 분석하고 있다.
1. 경제 기사를 돈을 잃게 하는 통로다
2. 경제기사는 기업의 본질을 외면 한다
3. 경제기사는 거품 낀 꿈과 희망을 선물 한다
4. 경제기사는 성장의 역설을 외면 한다
5. 경제기사는 거시경제를 축소하고 왜곡 한다
이 큰 주제들 안에 5~6가지의 소주제들을 선정해 살펴보고 있는데, 물가 상승률이 세금이며,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을 부르고, 혁신의 상징인 애플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눈물이 있다는 것, 노키아가 몰락한 핀란드를 보며 삼성이 몰락하면 한국은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며, 기부가 일상화 된 나라가 오히려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역설 등 재미있고 꼭 필요한 경제관련 이슈들을 살펴본다.
내용은 의외로 딱딱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다. 어려워서 보지도 않았던 경제 기사에 숨어있는 진짜 내용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 좋았고, 상식으로써의 경제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경제기사를 제대로 읽는 법> 이라 해도 좋고, 경제자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양서로도 좋겠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글쓰기는 정치적인 행위임을 밝히며 많은 질문들과 반론들이 넘쳐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아직까지 반론까지 할 수준은 못되지만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의 챕터를 시작으로 좀 편하게 읽어도 무방한, 생각할 거리들도 많이 던져주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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