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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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나는 소설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역사나 전설 등이 가미된 역사 팩션 혹은 추리소설을 참 좋아한다. 이 소설《덴카와 전설 살인사건》또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여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읽게 된 책이다. 게다가 최근에 이 소설의 소재가 된 '노가쿠' 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어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노' 혹은 '노가쿠' 라고도 하는 일본의 정통 극은 움직임이 극도로 절제되고, '노멘'이라고 하는 탈을 쓰고 하는 음악극의 일종이다. 예전에는 야외에서 행해졌다고 하는데 현재는 일반 공연장에 '노'공연만을 위해 지어진 특별한 무대에서 행해진다고 한다. 객석에서 무대까지 건너오는 다리, 무대 뿐 아닌 객석 또한 극의 일부분이며, 절제된 동작과 음악이 어우러진 아주 독특한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의 하회탈춤이나 봉산탈춤이 아주 동적이고 흥을 돋우는 것이라면 노가쿠는 무언가 숨 막힐 듯 정적인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한다고 해야 할까?

 

 

소설은 많은 부분을 이 노가쿠와 노멘, 극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과 이를 연기하는 가문과 배우들을 설명하는데 쓰고 있는데 이는 소설 속 살인사건을 더욱 신비롭고 긴장감 넘치게 만들고 있는 아주 중요한 장치다. 이 소설 속 아주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는 '덴카와 신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소설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 진 뒤 이 산사에 많은 관광객이 몰린 이유로 납득이 된다. 저자는 이곳을 참으로 신비롭고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어, 나도 이에 마음이 동하여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소설에 묘사된 대로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소개사진이나 내용을 많이 찾을 수는 없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노가쿠의 종가인 미즈카미 가문, 가문의 수장인 가즈노리, 후계자인 가즈타카와 여동생 히데미, 신주쿠 고층 빌딩 앞에서 급사한 남자와 그의 딸, 그리고 노가쿠의 유래를 취재하기위해 덴카와 촌에 머무르던 <아사미 미쓰히코> 이다. 사건은 신주쿠 고층 빌딩 앞에서 죽은 남자로부터 시작하는데, 그의 품에서 발견된 덴카와 신사의 부적인 <이스즈>가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한편 노가쿠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던 노가쿠 종가의 촉망받던 후계자의 죽음, 이 후 그의 할아버지이자 노가쿠의 대가 가즈노리의 실종이 이어지며 이 사건의 관련자들은 덴카와 신사에서 만나게 된다. 이 사건은 물론 경찰들이 수사를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가 주축이 되어 조용하게 진실을 파헤쳐간다.

 

 

 

 

 

 

이 소설의 특징은 추리소설의 묘미에 있지 않다. 노가쿠와 신사의 전설을 빼고 나면 추리소설이 가지는 본연의 긴장감과 스릴, 사건해결의 긴박함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부분이 오히려 이 소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신비한 산사, 전설, 노가쿠라는 일본 전통의 극은 소설을 읽는 내내 이국적이며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일본 문화와 일본인의 특징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을 지켜가는 가문과 사람들의 장인정신, 옛것이라고 천대하는 것이 아닌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모습, 노가쿠와 노멘에 담긴 일본인만이 가진 정서. 나는 여러 번 일본에 가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늘 묘한 이질감을 느끼곤 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람과 조용히 덮으려는 사람, 혹은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행한 이기적인 행동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은 진실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어주는 '노가쿠' 와 '덴카와 신사' 그리고 전설. 이 모든 것이 잘 맞물려 아주 흥미로운 소설 한편으로 탄생했다. <우치다 야스오>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가 쓴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꾸준히 아주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하고, 일본의 전설들을 소재로 쓴다고 하니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벚꽃이 만발하는 봄에 읽으면 더욱 어울릴 만한 소설이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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