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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도둑 ㅣ 데이비드 윌리엄스 시리즈
데이비드 윌리엄스 글, 장선하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할머니는 도둑》
할머니. 내게 할머니는 외할머니 한분뿐이다. 친할머니는 내가 태어나 2살 되던 해에 돌아가셨으니 아무런 기억이 없고, 어렸을 때는 외할머니 손에 자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지금 요양원 침대에 누워계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이젠 아무도 못 알아보시는 상태가 되어 생명만 연장하고 계신, 건드리면 부셔져 버릴 것 같이 야윈 모습. 어렸을 때 할머니는 사탕이며 단 것들을 숨겨두었다가 부모님 몰래 주시던 분이셨다. 아플 때 병원에도 데려가셨고, 옛날이야기도 곧잘 해주셨던.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더 이상 옛날이야기도 재미가 없었고, 내게는 더 많은 관심거리와 놀 거리들이 생기고 할머니와는 더 이상 이야기가 통하게 되지 않게 되면서부터.
이 소설도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벤도 나처럼 어렸을 땐 할머니와 많이 친했고 할머니를 무척 따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를 멀리하게 된다. 늘 온 몸에 배어있는 양배추 냄새, 시도 때도 없이 뀌어대는 방귀, 잘 들리지 않는 귀, 매일 똑같은 맛없는 파이에 똑같은 재미없는 놀이. 금요일 밤마다 부모님은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벤을 할머니 집에 데려다 주고 가버리지만 벤은 이것이 참 싫다. 그러던 어느 날, 싱크대 안에 몰래 숨겨둔 다이아몬드 보석들을 발견하며 상황은 달라진다. 그 보석들이 바로 할머니가 훔친 것이라니! 벤은 할머니에게 그 짜릿한 이야기를 들으러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나와 매일 밤 할머니를 찾아가기 까지 한다. 그러다 이 둘은 영국 왕실의 보석을 훔치기 위한 엄청난 일을 저지를 계획을 세우게 된다.
평소 주인공 벤은 훌륭한 배관공이 되는 것이 꿈이지만 부모님은 벤이 유명한 댄서로 자라나길 바란다. 벤은 그런 부모님 몰래 매달 배관공에 대한 책을 읽으며 자신의 꿈을 키워간다. 이번 할머니와의 보석 탈취 계획에 벤의 배관에 대한 지식이 아주 큰 역할을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도중 슬프게도 할머니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아픈 할머니, 그러나 벤은 수업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석 탈취계획을 성공시킬 계획을 착실하게 세운다. 그리고 결전의 날! 이 둘은 계획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은 이 시대 부모와 자식, 손자와 조부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고,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다. 가족의 형태는 그 인생의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 변화에 적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하고 자신의 인생에 손자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손자는 할머니와 같은 마음이 아니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 또한 할머니와 그리 다정한 사이가 아니다. 이 소설은 벤과 벤의 부모님을 통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한때는 누구보다 다정한 사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멀어지게 되었다. 벤과 할머니도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지만 벤은 할머니를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고 마음속의 보석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 보석은 늘 닦아주고 정성을 쏟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돌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벤이 할머니와 함께 훔치려 한 보석은 바로 이 마음의 보석일 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늘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늘 닦고 애정을 주어야만 보석으로써 반짝반짝 빛날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