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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적 - 네 번의 삶.단 하나의 사랑
W. 브루스 카메론 지음, 이창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삶의 목적》
작년에 고양이와 리트리버 한 녀석을 보냈다. 고양이는 겁이 너무 많아 사람을 잘 보지 못했고 어디 숨어있는지 조차 모르던, 내 곁에 5년이나 살던 아이였다. 잘 볼 수 없으니 아픈지도 몰랐고, 신부전증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때 발견되어 5일 만에 떠나버린 내겐 너무나 아픈 녀석이었다. 리트리버 또한 신부전으로 12살 고령의 나이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연달아 닥친 일들로 죄책감과 슬픔에 어쩔 줄 몰랐고, 그때 여러 가지 말들을 접하게 되었다. 내 맘 편하자고 그랬는지, 동물들도 영혼이 있으며, 때로 영혼은 주인 곁에 그대로 머물기도 하고, 때론 환생하여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는 그런 말들. 그땐 슬픔이 너무 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그랬는지 그런 말들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내겐 4마리의 고양이가 남아있었다. 내가 그때 깨달은 건 삶의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 녀석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소설 《내 삶의 목적》의 주인공은 강아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토비, 베일리, 엘리, 버디 이렇게 4번의 생을 산다. 길에서 태어나 안락사 당한 잡종견 토비에서 '에단'이라는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리트리버 베일리로, 독일 셰퍼트로 태어나 인명을 구하는 경찰견 엘리에 이어 개 번식 장에서 태어나 결국 유기견이 되는 버디로 총 4번의 생을 산다. 신기하게도 이 녀석은 전생의 기억을 잊지 않고 환생하고, 그때 익힌 기술이 현생에 도움이 되고, 또 내생으로 이어진다. 녀석은 그렇게 삶을 계속 살면서 자신이 왜 자꾸 다시 태어나 생을 이어가게 되는지 그 <목적>을 고민한다. 그리고 그 생에서 목적을 깨닫고 결국 여러 번의 삶 전체의 목적까지 깨닫게 된다.
첫 번째 엄마인 마더에게 배운 것이 인연이 되어 에단을 만났고, 에단에게서 배운 것을 이용해 시커먼 물속에서 제프리를 찾아 구해 냈다. 제이콥은 나에게 찾기와 보여 주기를 가르쳤고 나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을 도왔다.- p330-
물론, 이 녀석이 깨닫는 삶의 목적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녀석이 살았던 삶과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었던 '사랑'이다. 이 녀석의 생을 따라가다 보면 개와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보인다. 누구는 개를 사랑하고, 누구는 거추장스럽게 여기며, 누구는 돈벌이로, 누구는 장난감처럼 함부로 대하지만 또 누구에게는 평생의 친구이자 가족이며 동반자이다. 이 소설에는 정말 동물들과 살아보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웃긴 것은 인간에게 개들은 이렇듯 다양한 의미인데 개들에게 인간은 단 한가지의 이유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사랑"의 대상. 지켜주고 구해주고 온전한 마음을 전해주는 존재.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과 동물이 나누는 사랑에 대해, 내가 이 녀석들을 사랑하는 것과 이 녀석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어쩌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들을 생각했다. 책장을 넘기다 몇 번이나 울고, 몇 번이나 마음을 졸이고, 몇 번이나 하늘을 보고, 몇 번이나 우리 고양이들을 안아주었는지 모른다. 책이라곤 야식 소개 책자 읽는 것이 다였던 우리 남편도 이틀 만에 다 읽어버릴 만큼 재미있었다. 지금도 표지의 녀석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다. 감동의 눈물이고, 고마움의 눈물이고, 삶에 대한 찬가의 눈물이다.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 인연도 작년에 떠난 리트리버 녀석과 신기하게도 똑 같이 생겨 우리에게 구조된 리트리버 한 마리도 보통은 아니리라. 우리 부부는 이 책을 읽은 후부터 우리 이 녀석들에게 <너 누구야? 대체, 너 누구야?> 라고 묻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