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혜 - 천년 동안 전해져온 영원한 지혜
렁청진 지음, 김인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지혜》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마다 매 순간 선택을 하게 되는 기준이 있기 마련인데 그 기준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이익이 될 수도 혹은 상황 모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쌓이다 보면 그 선택의 기준들이  바로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추구하는 이상 혹은 철학이 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조직에서건 잘 적응하고 내 편을 만들고 모든 일을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처세술'이 좋다고 한다. 처세를 제대로 하면 괜찮은 사람이 되고, 자칫 잘 못하면 상종못할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하면 그런 일은 이미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일이 아닌가. 가족과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살아남기위해 자신만의 방식들을 터득하고 만들어 가기 마련이니까.

 


이 책 《중국의 지혜》 는 춘추전국시대의 철학과 사상을 비교하여 살펴보는 형식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상들의 처세와 지략에 관한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략 혹은 처세라고 말하는 것이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혜는 문화의 표현방식임을 말한다. 또한 지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고 중국의 지혜는 깊은 뜻을 내포한 문화이며 누구든 이 문화가 가슴 속 깊이 투영되어 있으면 자연적으로 위대한 지략을 갖게 되고 진정한 지략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전제에서 볼 때 각 지혜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유가의 지혜는 가장 심오하고 진정한 지혜의 보고이며, 도가의 지략이 가장 지혜롭고, 법가는 가장 독하고 병가는 제일 냉혹하며, 종횡가는 뻔번하기 그지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각각의 지혜들을 어떤 한 시각에서만 보거나 가치 판단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 단점, 혹은 특징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가 어떤 부분을 취할지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보편적인 중국인의 가치관을 만날 수 있는데, 예로부터 중국인은 입신양명, 출세하는 것을 삶의 이상으로 삼았다. 명예와 이익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관직을 얻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부를 얻었으므로 명성과 실리를 하나로 보았기에 처세술과 지략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유가가 주장하는 이상적 왕도는 개인이 아닌 사회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며,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지략이 바로 '인술'이다. 유가에서는 개인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지혜로 상대방을 굴복시켜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반면 법가와 병가는 강력한 힘으로 사람을 굴복시키고 변화시켜 그에 속한 개인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가에서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업적을 세웠는가의 의미이지만 그 명예의 크기는 개인이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명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의 대표적 인물로 이 책에서는 증국번을 꼽지만 그 대표는 바로 공자가 아니던가. 이 부분은 종횡가의 지혜가 아마 정점이 아닌가 한다. 이들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벼슬자리가 보장된다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한 군주를 끝가지 섬지기 않고 일관된 정치적 주장도 가치 기준도 정립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니.

 


법가사상은 오로지 제왕을 위한 것이다. 법의 권위는 군주가 백성을 마음대로 부리고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사상은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법이라는 특을 세웠지만 전제군주 제도가 더욱 강화될 뿐 현대적인 의미의 민주와 법치 사상은 발전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녔으며 끝도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도가 지략이 우수한 것은 인간사에 존재하는 모든 이해관계와 그 관계의 전환을 꿰뚫어보고 그 과정에서 더큰 이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황로도술' 이라하는데 깊은 철학적 이론이 없는 법가가 이를 근거로 삼고 스스로 신성화 했다고도 한다. 법가는 황로지학을 근거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에 순응할 것을 주장하는데, 현실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엄격하고 완벽한 법률을 제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유가, 법가, 도가, 종횡가, 병가의 지혜와 지략을 살펴보는데 그들 사상이 가진 특징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이를 실천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사상보다는 조상들의 일화를 통해 사상이 가진 특징과 지혜, 특히 지략들을 살펴보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현대까지도 관통하고 있는 중국의 사상과 철학을 한 번에 비교해 볼 수 있고, 유명한 인물과 일화들을 철학보다는 지혜와 지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책이다. 거의 700 쪽에 가까운 많은 분량이지만 크게 어렵지 않고 꼭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기에 큰 부담이나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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