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원형 심리학으로 분석하고 이야기로 치유하는 여성의 심리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 손영미 옮김 / 이루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가슴속에 숨어있던 늑대, 야성의 여걸을 찾아라!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친구 얘기를 들었다. 대학교 때 사귄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인데, 결혼 후 3년 동안 남자는 자기 부모님의 돈을 빌려 사업을 하다 몇 번 실패한 후 일을 하지 않고 있고, 큰 그림을 그린다며 아직까지 돈을 빌려 사업할 생각밖에 없으며 생계는 여자가 결혼 전부터 해왔던 자신의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해서 해결한다고 했다. 설 명절에도 여자는 빠듯한 형편이라도 시부모님께는 좋은 선물을 했지만 자신의 부모님께는 선물도 하지 못했다고 했으며, 결혼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남자가 떠나갈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거기다 예쁘지 않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까지 갖고 있다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안타깝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하다. 의외로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경우를 많이 접한다.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남자는 책임감이 없고 부모님만 믿고 신기루를 좇는 한심한 남자다. 보통 이런 남자들은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여자는 이런 남자에게 매달려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걸까? 주위의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이 남자가 자신을 떠나갈까 두려움에 떨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걸까?

 


바로 이 책《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은 왜 여자들이 이런 함정에 쉽게 빠지는지, 자신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어렸을 때부터 부모, 선생님, 상관, 남편 등에게 순종하는 것만이 사랑을 받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요받아 온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순종하고, 복종하고, 규율에 따라 사는 것이 당연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여자 아이는 여기에 하나 더, 도전하고, 떠나고, 꿈을 가지는 것 등의 <야성 Wild> 의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영역, 여자는 연약한 존재이므로 거친 세상에서 늘 누군가의 도움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겉으로 보면 자신을 아끼는 행위이나 들여다보면 속박의 한가지 일 뿐인 굴레까지 덫 씌워진다.

 


그렇게 우리는 유아, 유년, 청소년, 청년기를 지나오며 그 굴레에 맞는 인간관계와 그 틀에 맞는 일을 하게 된다. 거기에 여자에게만 강요되는 갖가지 인습의 굴레들은 조용히 그녀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폭력이 된다. 저자는 이런 삶에 지친 여자들에게, 여신이 남신으로 대체되고 위대한 여성의 이름이 이단과 불온으로 교묘히 왜곡되어온 이래 그 어떤 인습과 굴레로도 없애지 못한 <야성>의 이름을 되찾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꺼지지 않는 야성의 불씨를 고대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야기>에서 찾고 있다.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의 늑대는 건강한 여성과 심리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는 동물이다. 둘 다 예민하고, 장난스럽고, 희생정신과 호기심이 강하며, 천성적으로 남들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엄청난 힘과 지구력이 있다. 또한 매우 직관적이며 자식과 배우자 등 가족을 끔찍이도 아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할 뿐 아니라 매우 씩씩하고 용감하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라고, 탐욕스럽고 교활하다는 오해를 받으며 늘 학살당한 위험에 노출되었다. 야생은 늑대와 여성 모두에게 공통되는 요소이다. 여기서 야성은 '통제할 수 없는'의 뜻이 아니다. 이는 본래의 의미대로 <자연스러운 삶, 피조물 본연의 한계를 지켜갈 수 있는 생활방식, 타고난 근본의 성질과 천성, 본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심리학 용어로 이드, 자아, 중간적 성질 생물학에서는 전형적 또는 근본적인 성질을>말한다.

 


저자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늑대와 여성을 연결시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런 <야성, 즉 여걸>의 본모습을 찾으라고 한다. 그리하여 야성과 단절되어 나타난 증상인 피곤하고, 우울하고, 무력감에 빠지며 항상 불안하고, 자꾸만 자신에게 해로운 애인이나 친구,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증상을 치료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야성의 힘, 여걸의 원형>을 우리가 오래전부터 한번쯤 들어온 이야기들에서 찾고 있다.

 


이제껏 많은 이야기들의 상징을 파헤친 책들을 접했지만 이 책은 한 번쯤 들어왔던 이야기들의 <원형>을 복구해 내고 그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원형 심리학>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조가 된 미운 오리새끼>, <여자를 밝히는 거인, 푸른 수염이야기>, <멈추지 않는 춤, 빨간 신 이야기>등의 익숙한 이야기들 속에서 야성의 힘, 여성 내면의 현명한 존재와 직관, 성장의 동력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재미있었고, 한번 쯤 들어보았던 이야기들에 숨겨진 상징들을 발견하는 것이 신비롭기도 했으며,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는지, 가슴속의 불같이 타오르는 <야성>을 억누르고 살아왔는지 마주보게 되었다. 실은 나는 그 누구보다도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나조차도 많은 것을 스스로 억압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깨달음에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이 책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야성, 여걸>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칼을 스치는 야생의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큰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

 


이 책은 여성에게 그저 살고 있는 환경을 벗어나고 반항하라고 부추기는 책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타고나 본성, 직관, 에너지를 찾도록 인도하는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이들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나는 특히<청소년기, 청년기에 있는 여성>들이 꼭 읽어보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그 시기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깨닫는 시기이기도 하고, 성인이 된 후 주체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자신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고 도전하며, 주체적이고 대등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충고와 성찰의 기회>를 가진다면 좀 더 성숙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