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밤에 본 것들
재클린 미처드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밤에 본 것들》

 

 

               -스릴러! 그러나 우정, 성장, 가족애를 담은 휴먼드라마

 

 

 

 

 

 

줄리엣, 로브, 앨리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다. 곧 대학에 진학할 나이인 이 3총사는 셋 모두 햇빛에 치명적인 알레르기를 가진 "색소성 건피증" <XP: Xeroderma Pigmentosum> 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병으로 7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유형에 따라 눈과 피부에만 손상을 입는 것에서, 세포변화와 지능장애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평생 햇빛을 보지 못하며 일반적으로 수명이 많이 짧다고 한다. 결국 밤에만 활동할 수 있고 낮에 외출을 하려면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도록 온 몸을 꽁꽁 둘러싸야 한다. 이들 셋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며 우정을 능가하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 있다.

 

 

이들의 유일한 일과는 밤마다 모여 그들만의 활동을 하며 비밀을 쌓아가는 것이다. 도시는 낯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 한다. 지역의 보안관인 줄리엣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비호아래 그들은 밤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한 지역에 같은 나이의 이런 희귀병 환자가 모여 있는 것이 우연치고 이상한 듯 보이지만 이 지역 아이언 카운티에는 XP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모일 수 있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앨리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써진 이 소설은 앨리와 줄리엣 그리고 앨 리가 사랑하는 로브와의 삼각관계, 이들 셋이 함께 앓고 있는 XP라는 희귀병, 또 매일 밤 온 도시를 누비며 하고 다니는 <파쿠르: Parkour>라는 운동, 어느 날 밤 파쿠르를 하다 목격하게 된 살인사건으로 보이는 장면 속의 한 남자와의 추격전, 이 이야기들이 묘한 긴장감을 가지며 이어진다.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개인 훈련인 파쿠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이들에게 이 운동은 유일한 해방구이자 탈출구다. 이들은 한창 꿈을 가질 나이에 꿈 꿀 기회조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한부 인생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에게 깜깜한 어둠속에 그 어떤 보호구도 없이 서로에게 묶은 밧줄 한 가닥, 서로에게 온전히 생명을 맞기고 함께 하는 파쿠르는 그 어떤 것보다 크나큰 의미이다.

 

 

건물들의 지붕으로, 바닥에서 옥상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파쿠르. 어느 날 앨리는 친구들과 함께 파쿠르를 하다 살인 사건일지도 모르는 한 사건을 목격한다. 머리에 별 모양의 갈색 머리가 있는 남자가 한 여자를 죽인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보고 만 것이다. 앨리는 친구들에게 말했지만 이상하게 줄리엣은 그 사실을 외면한다. 로브는 줄리엣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앨리의 말보다는 줄리엣의 말을 더 믿는 눈치다. 그러나 그 후 앨리에게 이상한 문자가 오고, 생명을 위협하는 괴한의 공격을 받는다. 그러면서 앨리는 그 사건을 파헤치려 하고 줄리엣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진실에 접근 한다.

 

 

이 소설은 살인 사건 목격과 추격의 스릴러, 파쿠르라는 도시 스포츠가 주는 해방감과 긴장감, 친구들의 진한 우정과 여러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 삼각관계 속에 사랑과 우정, 꿈을 찾아가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여러 장치들이 얼기설기 얽혀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처음에 이 소설을 <추리 스릴러>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린 나이지만 늘 죽음을 생각하는 주인공들과 이런 구성원을 가진 가족들이 보여주는 슬픔 혹은 안타까움 그러나 끈끈한 유대는 한편의 휴먼드라마이고, 꿈 꿀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주인공들이 친구와 가족,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로운 꿈을 가지고 한발 한발 나아가게 되거나,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과 성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최선의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그 어느 시점에서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가치관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들 셋은 때로는 이기심과 절망, 열망으로 어긋나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졌다. 마지막은 정말 슬펐다. 이런 결말을 낸 저자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우리네 인생이 늘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지 않은가. 결국 그들은 어긋났다가도 결국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 이들의 우정도, 그들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들도 슬프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한 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것을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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