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심리학 - 18가지 위험한 심리 법칙이 당신의 뒤통수를 노린다
스티븐 브라이어스 지음, 구계원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엉터리 심리학》

 

 

 

 

 

요즘은 정말로 심리학 이론이 넘쳐나고 참으로 가까운 시대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사람들과 동떨어져있는 뭔가 '신비한' 학문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심리학의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심리학 자체의 관심이라기보다는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인문학의 열풍과도, 자기 계발서 홍수의 현상과도 맞물려 있어 순수한 학문으로써의 관심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기에 과연 무작정 환영만할 일인지는 조금 조심스러워 진다. 이 책 《엉터리 심리학》은 이런 현상을 심리학을 전공한 학자의 눈으로 제대로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에서 예로든 심리학 관련 서적으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어쩜 이렇게 남녀 차이를 잘 구별해 놓았을까 감탄했고, 한창 연애하느라 바빴던 어린 시절에 나와는 다른 남자친구의 행동을 설명 하는 하나의 틀로써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더 흐르고 결혼까지 하고 보니 이해 못할 행동은 상대방이 남자라는 성별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한 개인으로서 그 이의 특성에 더 가깝다는 것을,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의 하나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또 한동안 한국 사회를 휩쓸고 갔던 EQ 즉, 감성지능도 기억난다. 이도 내가 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 했을 무렵 유행을 했었던 것 같은데, 수업 중 교수님께서 예를 들기 위해 여러 번 언급했던 기억도 나고, 유명한 광고카피 'IQ, EQ, 헤모큐' 란 구절로 더 유명해진 용어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한국을 강타했을 때 거의 모든 매스컴 의 관심은 바로 이 감성지능에 쏠렸고 이에 따라 영어, 수학 등 IQ와 관련된 교과 공부가 주였던 교육시장은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예술, 문학, 운동 등의 교육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 또한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갔고.

 

 

지금 자주 들을 수 있는 이론들은 하루 3시간씩, 10년 만 열심히 하면 그 분야에 천재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 이론>, <간절히 바라면 다 이루어진다>, <긍정과 힐링> 등이다. 이런 이론도 유행을 타는지 참으로 순간에 빵 터져 한국 사회를 휩쓸고 또 다른 이론이 나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문제는 이런 이론들이 대부분 일부의 예를 전체로 일반화 시킨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가졌다는 것이고, 심리학에서 실제 이론을 탄생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정확한 방식의 제도화된 실험이라는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자기 계발서의 내용 중에 언급되거나 주장하는 것으로 대게가 감성적이거나 감정적이며, 어떤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런 엉터리 심리학을 심리학자의 입장과 눈으로 분석해 보고 있는데, 총 18가지의 이론을 살펴 그 타당성을 밝힌다. 어찌 보면 단순히 <이 이론은 틀렸다>는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반박하기 위한 문제제기는 아니라고 보인다. 이미 우리는 심리학 이론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알게 모르게 이런 이론들의 지배를 받는다. 또한 앞서 EQ의 예에서 보았듯이 때로는 이런 검증되지 않은 이론들이 자본주의의 탐욕과 결탁하여 무조건적인 소비를 하도록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특히 이런 예는 '교육'에 관련된 부분이 많은데 자녀의 학업 성취도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에 따라 교육 시장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쉽게 상상할 수가 있지 않은가. 또한 자기 계발서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를 증명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18가지의 이론은 대부분 앞서 말한 대로 근거가 빈약하고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앞서 말한 EQ는 사람의 지능을 나타내는 지표중의 하나일 뿐이고, 이론이 주장하는 대로 성공을 위한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 순응시키는 도구로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 간절히 원하는 것은 꼭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지사람은 지천에 널렸고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개인적인 원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아닌지, 솔직한 대화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대화보다 비언어적 표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때로 말보다 스킨쉽이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긍정적인 마인드가 성공을 부른다고 하지만 긍정은 부정과 늘 상대적이라는 점, 때로는 대책 없는 긍정보다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부분이 일을 더 신중하게 처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이론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론과 증거들과 자신의 의견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회가 강요하는 상식들에 압도당하지 않기를, 비현실적인 기대감에 짓눌렸던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준다. 물론 기존의 자기 계발서적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많은 이론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기회를 막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론들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더욱 많다는 것을, 이런 이론에 따르는 부작용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와 무심하게 난발되는 심리학의 이론, 이를 유행시키는 매스컴의 속성 속에 좀 더 냉철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으며, 그리고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추천을 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하나 덧붙이자면 기존의 형식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임에도 '인생을 바꾸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라!' 는 식의 상투적인 카피를 쓴 점은 조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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