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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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조선의 인쇄,출판, 그리고 책 그 숨겨진 이야기

 

 

 

 

먼 과거에는 책을 어떻게 펴내고, 독자들은 그 책을 어떻게 구해서 읽었을까? 단편적으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책방에서 선남선녀들이 눈이 맞는 일이 있었을까? 한글이 발명된 뒤에 백성들은 책을 많이 읽게 되었을까? 책값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 책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는 이러한 책에 대한 의문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책을 누가 쓰고, 찍어내고, 팔거나 읽었는지, 그 책의 영향력은 어떠했는지, 조선시대의 책과 지식의 흐름에 대한 전 방위적인 통찰이 실려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고려시대(전체적 개괄, 고려 후기)를 시작으로 조선의 임진왜란 전까지 알아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듯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나라이다. 고려시대 때 발명되어(정확한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우리가 <직지>라고 알고 있는, 이름도 어려운 <백운화상초로불조직지심체요결> 이란 불경까지 펴냈지만, 불행히도 금속활자로 찍은 유일하게 전해진다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 없고, 현재 프랑스에 있으며, 슬프게도 금속활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문화적 압력은 어떤 것이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세계최초 금속 활자 발명국의 명예에 약간 금이 가는 사실이다. 솔직히 그 후에 나타난 사실들도 조금은 놀라운 내용이 많았다.

 

책이 존재하려면, 누군가는 원고를 쓰고, 누군가는 인쇄를, 또 누군가는 유통을, 누군가는 그 책을 사거나 빌려 읽어야 한다. 이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누가, 어떤 주제를 가진 원고를 썼는지, 누가 출판을 결정하고 책임을 맡았는지, 인쇄를 위한 종이와 잉크(먹)는 어떤 방식으로 누가 제조했는지, 활자의 제조를 맡은 노동자나 장인들은 얼마나 있었는지, 한번 출판하면 얼마나 펴냈는지, 또 어떤 장소에서 이 책을 팔았는지, 혹 도서관이 있어 빌려주고 받았는지, 마지막으로 그 책을 구해 읽은 사람은 누구였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이 책은 이런 물음에 일일이 자세하게 대답하고 있다. 세상에! 무엇이 저자로 하여금 이런 의문을 가지고 방대한 작업에 뛰어들게 하였단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각각의 의문들에 대한 답보다는 의문을 가지고, 이에 답하기 위하여 생각만 해도 방대하기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과정을 기꺼이 감수한 저자의 노력이다. 게다가 이 거대한 책 1권이 저자가 생각한 총 5권중의 1권이라니.

 

 

 

그러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해볼까?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종이 책>의 과거는 어떠했을까? 슬프게도, 내가 생각했던 책의 모습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온갖 스타일의 책들이 매일매일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고, 종이 책을 넘어 전자책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일반인이 맘껏 드나들 수 있는 서점도, 도서관도, 재미있는 다양한 읽을거리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문화재로 소중히 생각되는 <대장경>도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는 <별 필요 없는 것>으로 취급되었고, 출판과 유통의 주체는 <국가> 가 독점했기에 국가 체제와 기득권을 위해 필요한 책들만 출판하였다. 일예로 가장 많이 배포된 책이 중종 때의 <삼강행실도>로 체제의 모순이 드러난 사회에서 강자에 대한 약자의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니.

 

게다가 <한글>은 어려운 한자책의 언해로만, 주로 일반인들의 편지에서만 주로 쓰였다고 하니, 독서 인구의 증가에 기여하는 바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책값도 정말 놀라운 정도였는데 책 1권의 값이 논 1~2마지기에서 1년에 소출되는 곡식 값에 비견되었으니 일반인들은 정말 꿈도 꾸지 못한 정도가 아닌가 한다. 원칙적으로는 천출이 아니면 누구나 과거를 볼 수 있었으나 공부를 하기위한 비용이 어마어마하니 결국 기득권에게만 그 기회가 돌아 갈 수밖에 없었고, 종이도 워낙 귀하고 가격도 높았기에 지금처럼 재활용한 종이를 쓰기도 하는 등 고민했다는 것이 참 이체롭다.

 

 

앞서 말한 금속활자 얘기는 좀 더 안타깝다. 우리가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으나 이는 출판, 서적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서양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는 인쇄기술의 획기적인 발명으로 다량의 서적을 인쇄 유통하여 결과적으로 지식의 독점을 해체하고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을 촉발, 민중에게 지식을 보급하고 독서 인구를 증가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금속활자는 여러 한계가 있었으니, 인쇄 출판 자체를 국가가 독점하는 상황, 상용 문자가 <한자> 여서 책 1권 만드는데 필요한 활자양이 어마어마했다는 점, 활자크기가 컸고 금속 활자의 주재료인 구리 광산을 국가가 독점한데다 그 양이 적어 일본에서 수입을 했어야 했다는 점, 비싼 종이 값, 인력 등 총체적인 문제점 때문에 대량 인쇄가 불가능했고 다른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다량의 인쇄를 위해서는 나무 활자나 목판을 이용했으나 나무재질의 한계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고려는 왜 금속활자를 발명하게 되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고, 그 훌륭한 문자를 발명하고도 백성에게 아무 도움 되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지닌 조선의 모습과 여러 전쟁으로 소실되어 버린 책들까지 안타까운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 모순을 극복하고자 한 학자들의 모습들도 보여 지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기득권층의 책 열기는 대단하여 중국에서 책을 많이 들여왔다는데 중국에서 이를 염려할 정도였다고 하니 이는 좀 놀랍다. 또한 일본에서 조선에 대장경 경판을 달라고 여러 번 청을 하는 것을 거절한 대목은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본이 임진왜란 때 금속활자를 훔쳐간 후 출판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에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은 각각의 주제가 하나의 완결체로 결론을 내고 있지만, 다음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처음 책을 보면 두꺼운 분량, 많은 인용구등으로 인해 읽기에 조금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나 앞서 말한 이유로 이 책은 꼭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내가 궁금한 부분,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도 별 무리가 없다. 또한 무작정 처음부터 읽기 보다는 목차를 보며 대략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질문>을 가지고 읽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양하고 선명한 고문서 사진, 그림, 관련 자료들은 읽는데 재미를 주고, 각 주제에 드러나는 저자의 시각은 독자에게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느낌을 받았다. 읽고 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책인 것이다.

 

책을 통해, 몰랐던 고려와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조선 후기로 가면 서양문물의 전래, 천주교, 한글 소설들이 등장하니 그들이 어떻게 민중의 삶으로 파고들었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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