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를 보다 세트 - 전2권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 여행 서양미술사를 보다
리베르스쿨 인문사회연구회 외 지음 / 리베르스쿨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미술사를 보다》1,2권 세트

                                     -소장을 적극 권하고 싶은 미술책

 

 

 

 

 

학창시절에 미술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요즘 학생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를 쓰고, 찰흙으로 뭘 빚거나, 운동장에 나가 풍경을 그리는 것 거의 모두를 좋아했다. 그러나 미술 필기시험은 달랐다. 특히 미술의 역사와 작품명, 작가들의 이름 사조 등등 외우는 것은 정말 어렵고도 어려웠다. 일단 미술사 전체를 꿰고 있어야 하고 그 시대별로 유행했던 사조, 무슨, 무슨 시대, 작가 명, 그의 생애와 스타일 등 얼마나 어렵고 딱딱했는지 모르겠다.

 

미술사도 역사의 일부분이고, 풍미했던 스타일이나 분위기도 그 시대상을 벗어날 수가 없었을 텐데, 그때는 왜 미술사만 따로 떼 내와서 그렇게 외우기만 했는지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의 한계를 체험한 듯하다. 결국 남는 것은 미술은 어렵고, 볼 줄 아는 사람만 즐기고, 경매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거나 혹은 검은 뒷거래의 장치로 쓰인다는 불명예스러운 편견뿐이니.

 

 

그래서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내가 이 책을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거시적' 시각을 키워 주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를 조각조각내서 배우면 어떤 특정 시기, 특정 인물에 대해서만 보게 되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크게 '꿰뚫어 보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 책《서양미술사를 보다1》는 <거시적 시각>을 키워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1권에서는 인류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행했던 주술성격이 강한 선사미술, 서양 예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미술, 실용적이고 규모가 큰 공공 건축물을 세운 로마의 고대미술을, 중세 봉건제도와 맞물려 그리스도교의 신의 메시지나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전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중세미술, 중세 봉건제도의 몰락으로 엄격한 종교의 교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간과 자연을 표현 할 수 있게 된 르네상스, 17세기 세력을 키운 교황과 군주를 중심으로 발달한 바로크 미술, 프랑스 궁정의 사치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준 로코코 미술까지 살펴볼 수 있다.

 

《서양미술사를 보다2》에서는 크게 근대와 현대미술을 볼 수 있다. 근대 미술은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일어난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종교도, 왕도 아닌 '이성' 의 시대가 열림으로써 미술가들의 작품은 교황이나 부자 등의 취향에서 벗어나고 전통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겨난다. 19세기부터는 미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이 새로운 미술 경향이 이전의 미술을 빠르게 대체하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등의 '주의'의 말을 달고 나타난다.

 

 

 

20세기의 특징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발달이 아닐까? 현대미술 초기의 특징은 발상부터 결과까지 창조의 과정을 중시하는 것과 과거의 미술과 단절하는 것이었다는데 색을 대상에서 해방시킨 야수주의, 형태를 해방시킨 추상주의, 고상함과의 결별인 다다이즘, 기술과 예술을 조화시키려고 한 바우하우스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미술의 중심지가 된 것은 미국인데 후기 산업사회로 넘어가면서 산업 제품 및 기술까지 미술의 영역으로 들어와 팝 아트, 비디오 아트 등의 미술이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선사시대부터 후기 산업 사회까지의 긴 여정을 통해 역사와 미술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고, 각 시대와 '경향, 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큰 화면에 꽉 차는 실감나는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그냥 어떤 작가가 어떤 화풍에 속하고 몇 년에 태어나 몇 년간 작품 활동을 하고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살펴보는 미술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이 책은 그런 단점을 뛰어넘어 큰 역사의 흐름 속에 그 작가가 어느 지점에 위치하며, 그의 활동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동료들과 사회, 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매력이다.

 

 

화면을 가득채운 사진은 정말 실감나고 그 작품의 해설을 함께 보면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이 책의 타이틀처럼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 여행>과 아주 정확하게 매치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책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논문이나 소설, 연설문등이 당대의 혁명이나 변혁에 도화선이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미술도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예술이 입시교육의 일환이나 방편으로 혹은 상품 정도로 '소비'되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볼 때, 과거의 사람들은 예술을 예술로써 더욱 풍부하게 경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시대, 작가, 작품 모두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며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주 대상은 학생이지만) 각 챕터가 끝날 때 마다 다양한 질문들도 던지고 있는데, 이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우리가 이제껏 <예술>을 대해왔던 질문과 정답, 시험을 넘어선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세요: 튜브 물감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 까요, 뚱뚱하면 아름답지 않은가요?, 로마가 망한 이유가 목욕 때문이라고요? 등> 또한 작품에 대한 설명과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정말 재미난 이야기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게 한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미술 교재, 사고력과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일반인이 교양서로 읽는다 해도 정말 손색이 없을 것 이다. 서양사와 서양 미술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작품을 보는 눈을 가지게 도와 줄 수도 있을 것이며 소장용으로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다른 많은 책을 접할 때 기본도서로도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읽는 것을 넘어서 <소장>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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