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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ㅣ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조금 부족하고 허술한 콤비,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이카가와 시의 홈즈와 왓슨-

간토지방 해안가에 위치한 이카가와시. 예전에는 오징어 업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쇠퇴하고 범죄도시라는 오명과 야유를 받고 있는 이 도시에는 10년 전부터 곧 철거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낡아빠진 여명빌딩이 있다. 여명빌딩 5층에는 이 건물의 소유주 <니오미야 아케미>라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우아한 독신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같은 건물 4층에는 '트러블 대환영'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문제의 사립탐정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가 있다.
사립탐정이라 하면 바로 셜록 홈즈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떠올릴 테지만 <우카이 모리오>는 그런 지능적이고 방대한 지식, 날카로운 관찰력과는 거리가 멀다. 셜록 홈즈를 의식하듯 의뢰인을 보면 나름의 추리를 해 보지만, 전혀 엉뚱한 추리를 해대는 통에 의뢰인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기 일쑤인데. 함께 일하는 그의 조수 겸 제자 <도무라 류헤이>는 한 술 더 뜬다. 우카이와 둘이 함께 있으면 덤앤더머 같은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한 쌍이 되는데 아예 존재감 조체도 희미하고, 소설 전체에 몇 번 등장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탐정이라고 하는 짓이 불안해서, 실은 월세 밀리는 것이 불안해서 아케미는 늘 4층 탐정사무소에 나와 있다가 덤벙이 류헤이 대신 탐정 우카이의 조수 역할을 하며 사건 해결을 함께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봐 왔던 추리소설과는 많이 다르다.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서 보듯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고 엉뚱하다. 이 소설에는 총 5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사건이 크게 무섭다거나, 긴장감도 크게 없다. 반전에 반전이 있는 무게 있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독특한 캐릭터들이 나와 '살인, 사건, 의뢰' 등의 일을 수수께끼 푸는 정도의 흥미를 유발하며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격' 으로 해결 한다. 심지어 <아카가미 일족 살인사건>에서는 탐정이 살인 사건의 해결사도 아니다. 그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는 오징어 산사의 알바 생이 유치한 말투를 써가며 현장검증도 없이 오로지 추론하나만으로 사건은 해결되고 탐정은 그저 그의 추리를 아주 "흥미 있게" 듣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소설과 그의 정체가 궁금하다. 아니, 그는 탐정이다. 때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은 한숨을 내 뱉지 않는다> 편에서 반딧불이의 특징 같은 의외의 지식을 갖고 있기도 하고, <탐정이 찍은 사진> 편에서 불륜 사건 조사 중 사진에 찍힌 작은 증거를 날카로운 눈으로 분석하여 사건 해결의 단초를 준다던가, <죽음에 이르는 전력질주의 수수께끼> 편에서는 이웃집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생활 패턴까지 훤하게 꿰고 있는 주도면밀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때로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듯 보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활극도 그의 가벼워 보이는 겉모습 이면에 무언가 진짜 탐정다운 모습이 감춰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하는, 정말 독자를 들었다 놨다하는 새로운 형태의 <탐정>과 <탐정소설>의 탄생이 아닌가 한다.
소설의 포커스는 사건의 기괴함이나 숨겨진 큰 반전 등에 있지 않다. 형태를 보자면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원형에 가깝다. 독자는 몇 가지 사실과 정보로 탐정과 '수수께끼'를 함께 푸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캐릭터>이다. 건물주인 <니오미야 아케미>라는 매력적인 여성과 주인공인 <우카이 모리오> 이 콤비가 함께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사건 자체가 주는 즐거움 보다는 "얘네 둘이가 대체 뭘 어떻게 할까?" 가 더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 소설 시리즈의 미덕은 바로 이들 캐릭터의 활약상이다. <이카가와 시의 홈즈와 왓슨>, 이 어딘가 조금 부족하고 허술한 콤비,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이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참으로 경쾌하고 유쾌한 소설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