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봉이
박희주 지음 / 책마루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시대의 봉이

 

 

 

 

 

'박희주', 이 소설집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작가와 작가의 전작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읽어서 큰 기대도, 선입견도 없이 담담하게 책장을 펼쳤다. 실은, 책장을 펼치기 전 소개된 '작가의 말'에 조금 감동을 받기도 했다. 내가 하는 일도 그렇지만 하루에 쏟아지는 책의 양은 어느 정도 일까? 그 중 자기계발, 실용서를 제외한 '문학'의 양은? 그 중 일부는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이고, 실은 대부분은 관심 밖에 있을 것이고, 때로는 종이 무게로 달아 재활용 상사에 넘어갈 지도 모른다. 그런대도 작가는 이런 책과 문학에 희망을 갖고 있다 했다. <문학은 죽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여 살아남을 것이고 대중의 감성에 새로운 모습으로 부응하리라 굳게 믿고 있다> 했다. 그래서 작가의 어떤 열망, 열정에 이끌려 이 책을 자연스럽게 펼치게 된 것이다.

 

 

<이 시대의 봉이> 책장을 펼치면 놀랍게도 <똥>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책의 대표작인 <이 시대의 봉이>는 똥 푸는 직업 정화조 업체의 사장 '동씨(동 사장)' 와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 '나' 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나'는 이 시대 젊은이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학비가 없어 몇 번이나 휴학을 하고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조차 쉬지 못하고 공사장에서 시멘트와 벽돌을 날라야 하는. 처음에 후덕해 보이는 '동 사장'이 좋았고, 상대적으로 수입도 좋아 이일을 하게 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동 사장'과 그를 통해 보이는 자본과 세상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환멸을 느끼는 주인공의 절망을 담았다. 작가는 우리가 애써 피하려 하는 <똥> 과 똥이 처리되는 모습, 동씨의 일하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만들어 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그 실감나는 똥의 묘사는 정말.

 

 

이어지는 <스무살>, <지리산에는 아재가 산다>, <소리를 찾아서>, <어떤 진실>은 모두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소설인 듯하다. <스무살>은 내 어린 시절의 모습과도 닮았다. 순박하고 순진했던 어린 날의 치기어린 추억들, 친구들과 어울려 닭서리를 하고, 엉뚱한 일을 하고 돌아다녔던 철없는 시절의 추억이 펼쳐진다. <지리산에는 아재가 산다>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산에 동화되어 사는 아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내를 먼저 보낸 홀아비인 나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지리산으로 향한다. 거기서 친구의 동창들을 만나고 삶에 찌들거나, 권태롭거나, 외로운 중년의 휘청거림과 그와 대비되는 아재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소리를 찾아서>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돈'과 가족, 행복 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서울로 올라와 식모살이를 하다가, 공사판 밥집에서 시작해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땅을 사서 부자가 되었지만 여자와 그 남편의 가족들은 그 돈에 눈이 멀고, 남편은 결국 다른 여자를 만난다. 자식들은 부모의 돈만 축내며 살아가다가 유학을 갔지만 딸은 거기서 죽고 만다. 결국 여인은 인생에 환멸을 느끼고 산으로 들어가는데 그 산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 생명의 진정한 행복을 깨닫는다. <어떤 진실>은 술만 취하면 이불에 실례를 하는 종근이 형님의 기행을 담았다. 그는 고인돌을 발견하고 수석을 찾아 파는 등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일을 하는 엉뚱한 사람이다. 구수한 사투리를 맛깔나게 적었다.

 

 

한편, 한편 모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소설들이다. 사투리를 비롯해 인물들의 묘사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애정이 가득하며 그 애정은 독자에게도 전달된다.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느낌의 문장이 의외의 매력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리를 찾아서>란 소설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돈이 인생의 전부였던 여자, 돈 때문에 행복했지만 돈 때문에 불행해졌고, 돈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찾은 여인. 그가 산에서 만난 도인 같은 남자의 행동은 참으로 가슴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지 디자인이다. 간혹 국내 작가의 소설집은 디자인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러했다. 요즘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중요시 하는 독자들이 많고, 내용을 잘 전달해 주는 것에 표지 디자인의 역할이 큰 만큼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문학의 힘을 믿는 다는 작가. 미래 우리의 모습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은 꼭 독자들에게 전달 될 것이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