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조정우 지음 / 북카라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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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3D영화를 평면으로 보는듯한, 입체적인 인물을 평면적으로 그린 아쉬움

 

 

 

2014년 1월 현재. TV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기황후' 처음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고 했을 때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힘없는 나라 고려에서 어린나이에 상국인 원의 공녀로 끌려가 황후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여인. 아들을 황제로 만들고 원에 고려문화를 유행시켰던 여인. 이것만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가 원의 황후로 있을 때 그녀의 오라버니들이 누이만 믿고 고려에 한 짓을 생각하면 또 미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고려의 왕은 충혜왕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 그저 재미있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TV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유행, 분위기를 선도, 반영할 수도 있고, 특히 역사드라마는 극적인 재미를 위한 설정이 왜곡될 수도, 때로 진짜 역사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는 만큼 좀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그저 웃으며 볼 수는 없었다.

 

이런 때에 이 소설은 또 다른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했다. 소설도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사실이 소재라 해도 그 진실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으니, 이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의 사실에 어떤 부분을 상상에 맡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와 비교해 보고도 싶었고. 저자는 기황후의 무덤이 고려 땅 연천에 있었던 사실을 가져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장군 '최영' 과의 사랑으로 연결시켰다. 죽을 때까지 고려로 오고 싶었던 여인, 끝까지 장군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한 많은 여인으로 만들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기완자', 남장을 하고 나갔던 격구장에서 상대편으로 출전해 싸우던 '최영'을 보고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기완자는 최영과 혼인을 하려 하지만 최영과 그의 아버지는 기씨 집안에 비해 한미한 집안이라는 이유로 혼담을 거절한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 공녀차출의 명이 떨어져 기완자는 불시에 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최영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구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그녀는 원으로 가 차를 끓이는 궁녀가 되었다가 황제 토곤의 눈에 들어 귀비가 된다. 이후 그녀를 사모한 원의 장수 탈탈, 고려인 환관 고용보와 그녀를 사모해 기꺼이 환관이 된 박불화의 힘으로 결국 귀비에서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래도 고향과 최영을 잊지 못했던 그녀는 아들을 낳은 후에는 아들만을 위해 사는 어미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고, 결국 아들을 황제의 자리에 올려 그 뜻을 이루지만, 원은 잇단 난과 전쟁으로 패하고 다시 몽골 초원으로 쫓겨 가게 된다. 훗날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뜻에 따라 고려 땅 연천에 묻히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공녀 선발을 중지시키고 고려의 복색과 풍습을 유행시켰으며, 고려를 원나라의 행성에 편입시키려는 것을 막은 그녀이기는 하지만 그 오라비들의 전횡과 공민왕이 자기 가문을 멸문시킨 것에 대한 복수로 고려에 군사를 파병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는 많이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그런지 그녀가 원으로 끌려가서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리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고, 앞서 말했던 부담감 때문인지 기황후와 고려의 관계, 오라비들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아 소설은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분량이 좀 더 길고 기황후가 가진 이런 약점을 좀 더 부각했으면 아름답지만 정치적인 욕망이나 억척스러움을 가진 강인한 사람, 그 반면에 불같은 사랑을 품은 뜨거운 여인, 남편과 아들의 나라 원과 자신의 고향인 원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어머니의 모습, 혹은 자신을 원에 보낸 고려에 대한 원망, 그 반면에 그녀를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는 오라비들과의 갈등, 고려 왕 과의 갈등 등도 아주 긴박감 있게 그려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책을 펼치면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금방 읽히고 가독성은 좋다. 그리 잔인하거나 특별히 불편한 점도 없어 잔잔하게 읽기에는 좋을 듯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소설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기황후에 대해 궁금하거나 그 당시 원과 고려의 관계나 상황, 인물들을 큰 부담 없이 편하게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을 것 같다.소설을 읽으며 머리 아픈 것을 불편해 하는 분들께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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