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 짓는 여인
엄정진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고치 짓는 여인]

 

 

은둔의 작가 엄정진의 SF 판타지, 환상문학 단편집

 

 

 

강렬한 책 표지와 환상문학이라는 말이 눈을 확 끄는 첫인상. 단편, SF 판타지 소설, 그리고 '은둔의 작가' 라는 수식어. 이 셋의 조합은 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읽게 했다.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영화로 많이 만났는데 소설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도 굉장히 궁금했다. 자, 그러면 한편, 한편 읽었던 작품들을 살펴볼까한다.

 

 

1. 인생의 꿀맛: 가난한 도망자, 사채업자, 타임 슬립, 그리고 좀비. 한꺼번에 묶기가 참 애매한 조합이다. 아무리 힘든 삶이라지만 꿀맛 같은 시간이 한두 번은 있기 마련. 주인공은 시간을 돌이키는 3번의 기회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그런 꿀맛 같은 기회가 올까 하는 씁쓸한 생각.

 

2. 악마와의 거래: 저자의 고심이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 이 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영혼을 건 악마와의 거래에서 주인공은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악마와의 치열한 두뇌싸움.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지적인 재미를 준다.

 

 

3.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악마와의 거래>와도 조금 비슷했다. 이야기 구성이나 소재는 완전히 달랐지만 논리적인 재미가 돋보인 작품.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소설 안에서 주인공은 또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쓴다. 그렇게 돌고 돌면 맨 처음 작가에게 돌아오게 되지만 이야기는 영원히 반복되며 확장된다.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

 

 

4. 네거티브 퀄리아: 주인공은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그 안에는 정부와 과학계의 부정한 거래와 놀랄만한 비밀이 숨어 있다. 뇌 과학과 심리학을 소재로 인간의 탐욕과 광기, 집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긍정적인 사람만 모여 사는 세상이 과연 유토피아일 것인가, 긍정과 부정, 선과 악, 빛과 그림자, 양과 음,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조화' 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인다.

 

 

5. 거울 속에서 사는 법: 글쎄, 이 작품은 설명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울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이 봐 왔는데, 내용이 그리 탄탄하지는 못한 것 같다.

 

 

6. 고치 짓는 여인: 이 소설집의 타이틀. '남성의 성적 판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오직 한 남자를 위해 '순결'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기위해 고치를 짓는 여인. 순결에 집착하는 남자가 만들어낸 어이없는 판타지.

 

 

7. 고르바초프: 작가의 사회적 시각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 만일 내가 국가의 존망을 안고 있다면? 과연 그 멍에 혹은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소재는 참으로 탁월했던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과 엉뚱함, 고민이 효과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내용이나 구성, 전개 등은 소재의 기발함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주제의식이나 사회적 시각은 킬링타임용의 가벼움을 지워주기 충분하다. 영화화되면 어떨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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