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사 1 : 선조 이중톈 중국사 1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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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1: 선조

 

 

 

이중톈 중국사, 역사서의 새지평을 열다

 

 

역사서 이긴 한데, 어떤 고증이나 지도, 여러 학자의 머리 아픈 이론 등이 나오지 않는 마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을 주는 역사서. 직관과 냉철한 논리, 재미있는 이야기가 서사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연결이 되는 독특한 느낌의 전개. 그 어떤 단정도 하지 않는 조심스럽지만 자신감 넘치는 주장. 이것이 바로 정상에 우뚝 선 석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처음에 여와를 뱀이 아니라 개구리라고 보는 관점이 마냥 신기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미 정설로 굳어진 것을 어떻게 뒤집어 보게 된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은 이중톈이 한 지방 소도시로 요양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집필실에 틀어박혀 저술한 역사서 1부의 제1권이다. 1부의 주제는 '중국의 뿌리' 이고, 그 중 1권이 바로 이 『선조』편이다. 1부는 목표는 문화의 계통을 밝히는 데 있는데, 1권『선조』편에서는 선사시대 문화의 계통을 수립하고, 2권 『국가』 에서는 세계문명의 계통을, 3권 『개척자』에서는 중국문명의 계통을 수립한다고 한다.

 

『선조』에서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문명시대까지 인류의 사회조직은 원시공동체, 씨족, 부락, 부락연맹, 국가의 순서로 발전했으며, 문화의 정도로 보았을 때 그것들은 각기 점, 면, 편, 권, 국이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그중 원시공동체는 이브, 씨족은 여와와 복희, 부락은 염제와 황제, 부락연맹은 요, 순, 우, 국가는 하, 상, 주가 대표하는데 하는 부락국가, 상은 부락국가연맹, 주는 국가연맹을 대표한다고 한다.

 

씨족에서 부락, 국가에 이르기까지 각기 저마다의 문화적 표지로써, 생식숭배, 토템숭배, 조상숭배를 꼽고 있으며, 생식숭배와 토템숭배는 세계 어느 민족이나 가졌던 것이지만 조상숭배는 오로지 중국만의 것이라고 말하며, 바로 이것이 훗날 중국 민족의 길을 결정짓게 되었다고 한다.

 

자자의 역사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기호해독>이라고 할 수 있다. 『선조』에 등장하는 여와, 복희, 황제, 치우, 요, 순 등은 실존인물이나 상상의 산물이 아닌,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는 <기호>로 간주하고, 그들의 이름, 이미지,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직관적으로 추리한다. 또한 그 시대의 제도, 문물, 영토, 인물 등 일반적으로 역사를 기술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배제하고 기호에 담긴 상징이나 의미들을 따라가며 마치 에세이를 기술하듯 하는 것이다.

 

이런 기호해독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고 그것들이 품고 있는 문화적인 코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여와가 뱀이 아닌 개구리 일 수 있는지, 여성생식숭배가 남성생식숭배로 넘어가게 되는지, 생식 숭배가 토템 숭배를 거쳐 조상숭배까지 오게 되는지, 훗날 위정자들이 어떻게 역사를 왜곡, 조작하여 과거 여성의 존재를 지우고 남성의 이미지를 덧바르기 시작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이것은 잘 잘못을 떠나 인류 공통의 흐름이며 역사의 명과 암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비밀스러운 진실은 선조들이 남겨놓은 상징 속에 교묘히 숨겨져 있고.

 

 

 

역사는 이미 지나간 과거인데 왜 우리는 역사에 광분할까? 그저 역사를 이용해 현재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너머선 그 무엇이 있지 않고서야 이 현상을 이해 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늘 새롭게 해석되고, 새로운 것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늘 어느 하나의 시각만을 강요받는 것, 역사.

 

역사를 보면 우리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가 보이고 인종, 민족, 국가를 초월한 공통분모가 보이고, 늘 형태는 다르지만 되풀이 되는 사건들 속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보인다. 또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는 정체성의 확립. 그 정체성의 확립의 확대된 형태가 바로 역사의 정립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호기심'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냥 궁금한 것. 바로 그 이유가 우리를 역사에 빠져들게 하는 지도.

 

이중톈 중국사.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5월부터, 5년간 분기별로 2권, 매년 8권의 속도로 혼자 36권의 역사 시리즈를 집필할 예정이라는 이 학자. 총 6부 36권이란 방대한 분량, 이제 제 6권이 나올 예정이라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손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글이 쏟아진다고 하니 그 열정은 그 어떤 젊은 학자들 못지않은 것 같다. 이미 나온 나머지 책들도, 앞으로 나오게 될 책들도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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