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괜찮은
마가 지음 / 불광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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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괜찮은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사람의 심리를 잘 알면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단 순한 생각 1스푼, 조금의 허영심 3스푼, 성적 3스푼,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이유 3스푼’ 을 잘 섞어서 운명은 나를 심리학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말하면 말이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선택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으니, 대학 4년 동안의 경험은 10여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내 삶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처음의 그 배합 중 1스푼의 ‘사람의 심리’는 학부생활 4년 동안 ‘나의 심리’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솔직히 학부에서 심리학 공부는 수박 겉핥기 밖에 안 된다.현재 심리학의 분야는 정말로 넓고 산업화, 개인화, 사회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는 현실에서 심리학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까, 더 많이 배우고, 더 심화되고, 더 다양한 경험과 공부가 뒤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의학과 마찬가지로 ‘사람’ 자체를 대상으로 하기에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건 물론이고. 그러니 4년 동안은 개론을 그 후부터는 한 분야를 찾아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심리학 예찬을 하고 있는 이유는 20대 초반에 경험하였던 ‘집단 심리학’ 때문이다. 우리는 몇 명씩 조를 지어 둘러앉아 그날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하나 씩 쏟아냈다. 금 새 울음바다가 되고, 손을 잡기도, 포옹을 하기도 하고, 서로 역할을 바꾸어 적절한 대답을 하기도 하는 등 상담자, 피 상담자의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어설픈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 학기가 끝난 후 나는 가슴 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를 풀고, 나도 몰랐던 나의 상처를 보았으며, 강하고 완벽하게만 보였던 학우가 나와 같은 상처를 품고 있는 ‘사람’ 이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수업을 들었던 ‘우리’들은 단언컨대, 가족이나 연인보다도 더 서로의 내면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 본연의 모습을, 존재 그대로의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경험이다.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경험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마가> 스님의 <내 마음 바로보기> 수업을 책으로 펴 낸 것이라 그렇다. 불교와 심리학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다고? 아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깊은 심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 바로보기, 내 마음 내려놓기, 혹은 내 마음 알아채기 등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과 심리학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아주 흥미롭게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었고 참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실 전에 <법정 스님- 무소유>, <법륜 스님-스님의 주례사>, <허허당 스님-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정목스님-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등의 책들을 통해 불가의 가르침에 호감이 있는 이유도 있고 종교를 신앙이 아닌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각 스님마다 표현하는 바는 다르고 대중들과 교감하는 법 또한 다르다. 내게 있어 법정스님은 푸른 소나무처럼 늘 고고하고 청청하며, 법륜 스님은 호통은 치지만 개인 생활에 직접적으로 다가오며, 허허당 스님과 정목스님은 시인 같기도 산속의 구도자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럼 <알고 보면 괜찮은>의 마가스님은 어떨까? 나는 이 책, 그리고 마가스님이 하고 계신 강의들이 마치 앞서 말한 심리학의 상담, 집단 상담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곡사 템플스테이에서 방황하는 학생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자비명상 교육>, 중앙대에서 열었던 <내 마음 바로보기 수업> 등의 프로그램을 보면 스님이 일방적으로 이르고, 설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나누고, 참여한 사람들이 참여, 체험하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가스님은 자신이 아버지와 겪었던 불화를 이겨내고 아픔을 치유했던 과정들을 그대로 보여주며 용서와 화해, 내려놓기, 바로보기,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기에 더욱 대중들과 가까워 질 수 있고, 공감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스님이 쓴 것이라 불가의 도에 대한 것을 기본으로 펼친다. 부처님의 일화와 불법 경전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수업과 프로그램에 실제로 있었던 과정을 예로 들기도 하고, 틱낫한,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성인들, 다양한 책이나 영화 등을 가져와 일깨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빈익빈부익부, 양극화, 대립 등의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으며 우리가 깨닫고, 회복하고, 내려놓고, 이해해야 할 부분들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바로보고, 내가 이 세상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다. 불가의 가르침은 참으로 오묘하다. 이 책을 손에 들면 책장이 그냥 넘어간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다 읽어버렸다. 더불어 각 장 에 나오는 명상법과 기도들은 실천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힐링’ 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고 때로는 무책임하다. 그 말은 원인과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을 연민하고 우리를 상처 받게 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거대한 시스템은 고려하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오로지 개인에게 떠넘기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그런 흔한 말로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을 상처 받고, 힘들고, 아프고, 분노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먼저 권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좀 더 살피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결코 후회하지 않은 선택일 거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스님의 주례사 http://africarockacademy.com/10172202986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250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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