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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조건 - 제니퍼소프트, SAS,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리더들
박상욱 외 지음,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북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리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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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방송의 각 채널들 마다 괜찮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제작하는 것 같다. 나는 특히 EBS 다큐프라임과 SBS 스페셜은 기회 될 때 마다 꼭 챙겨서 보는 편이다. 이 책 <리더의 조건>은 SBS 스페셜 리더의 조건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아쉽게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더욱 반갑다.
나는 이 책을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닌, 누리는 것' 이라는 단 한 문장 때문에 읽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누리는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한 문장은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고 주저 없이 이 책을 읽도록 이끌었다.
이 말은 쉬운 것 같지만 그 의미는 정말로 크다. 추구하는 과정에 있는 것과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은 천지 차이다. 게다가 추구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사회에 살고 있다면? 내가 살고 있는 2013년 현재 한국 사회는 추구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기업의 CEO, 국회의원, 전직 대통령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의심되기 까지 하니까.
얼마 전 구글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턴십'을 보며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와 직원을 존중하는 문화, 창의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복지 등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구글이 SAS의 복지를 벤치마킹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넓은 캠퍼스 같은 아름다운 사옥, 어린이집, 병원, 약국, 운동센터등 하나의 도시를 옮겨놓은 듯한 회사. 기업 자산의 95%가 직원이라 생각하는 SAS의 짐 굿나잇 회장. 이런 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럼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이 없나? 앞서 행복은 누리는 것이라는 말을 한 사람 '제니퍼소프트'의 이원영 대표가 있다. 이 책에서 SAS의 예는 직원을 왕처럼 대우하는 기업과 회장의 철학을, 제니퍼 소프트는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같은 맥락이기도 하지만 제니퍼소프트의 예는 생산과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말 것, 당신의 삶이 먼저' 라고 말하는 대표의 '철학'이 바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경영은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생각한다. 이런 잣대로 보면 오로지 경쟁과 결과, 통제, 수치 등만 중요해 진다. 그러나 SAS와 제니퍼소프트는 그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었다. 복지는 대가가 없는 것이며, 구성원의 행복, 자율성, 몰입과 여유의 균형이 창조력을 배가 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객이 왕이 아닌, 직원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회사, 그런 기업, 남들이 망한다고 했을 때, 다른 회사가 금융위기에 없어지고 구조 조정을 했을 때도 이 기업들은 살아남는 것을 넘어 '성장'이란 결과물로 보여주었다.
정치권에서는 어떤가? 페루의 오지에서 외국인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된 찬차마요 시의 정흥원 시장. 권위를 내세우기 전에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찾아가고,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약속한 것이라면 꼭 지키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얻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직접 다리미로 옷을 다리고, 직접 시장에서 장을 보는 전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개인 비서관도 없이 일 년에 100개도 넘는 법안을 발의한 스웨덴 국회의원 수잔네 에버스타인, 대통령 당선이 된 후에도 허름한 농가에서 살며 이웃집의 지붕을 고쳐주는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 특권 없이 보통시민으로 살아가며 정치인의 진정한 역할인 '봉사직'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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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며 좌절하기만 여러 번. 철학이 없이, 국가를 오로지 회사 경영의 방식으로만 대하던 대통령과 정부가 해 놓은 일들의 결과를 경험하고 있고, 약속한 것을 가볍게 뒤집고 공약은 헌신짝처럼 내팽겨 치며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와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절대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고, 자신과 측근들의 사유재산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인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과연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기업인과 정치인의 예를 통해 진정한 리더란 무엇이며, 그들이 가져야 할 미덕과 철학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다. 또한 그런 리더를 키울 수 있는 사회, 성숙한 시민의식 이란 무엇인지도 묻고 있다. 소통과 불통, 자율과 통제, 경쟁과 상생, 나부터가 아닌 다함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훌륭한 리더의 자질, 그런 자질을 가진 리더를 가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성숙한 시민이 바로 훌륭한 리더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