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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Hi, 미스터 갓
이 놀라움을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신과 영성, 이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놀라운 통찰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 놀라운 통찰력을 가졌다는 사람이 '어린아이' 이기 때문이 아니라, '왜 나를 비롯한 우리는 그럴 수 없는 가'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태어나 자라오면서 어른들과 이 세상이 내게 가르치고, 내가 배운 것은 삶과 세상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고, 내가 어른이 되어 또 그런 시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이런 생각도 해 본다. 혹시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내 시각, 내 그릇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세상의 잣대로 그 이를 마구잡이로 제단하지 않았는지. 그리하여 혹시 그 이에게 크나 큰 상처를 안겨주지는 않았는지.
철학이라는 말에 담긴 무게, 심오한 철학자들의 글을 접할 때 마다 본질은 이렇게 어려운 말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과연 철학이란 똑똑한 자들의 전유물이며 현란한 수사여구에만 있는 것인가, 극심한 회의가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확연히 내 눈앞에 다가오는 진실은, 진리는 그렇게 무겁고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안나가 깨달은 것처럼 신은 '텅 비어' 있으며,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지점'만 가진 것이 아닌 '봐야 할 지점'을 가지고 있는 '미스터 갓'을 우리는 닮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를 표현하는 '말'들에만 집착할 때, 사람들이 세워놓은 예배당에만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이 세상 어느 곳에든 임해있는 '미스터 갓'을 우리는 영원히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 기도하고 착하고 관대하게 살려고 하는 것은 힘이 들 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거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신장이 190cm이 넘는 핀이라는 남자가 안나를 만나 그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겪은 일들과 둘이 나눈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 안나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들려준 꺽다리 핀을, 그 둘의 이야기를 어떤 틀에 가두고 싶지 않다. 어린왕자나 아빠어디가 이런 프로그램과도 비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제껏 신과 영성, 이 세상의 이치를 이렇게 쉽게 표현한 사람도 그런 책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안나의 이야기를 꼭 만나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