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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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유쾌한 소설읽기

 

 


가끔 비평가들이나 독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는 소설을 읽어보면 의외로 별 감흥이 없는 소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가 보는 눈이 없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고, 백번 양보해 내 수준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은근한 부아가 치밀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가 바로 <관능적으로 이끌리는 외모의 이성을 보면 "참 섹시하군"하고 곧장 고백 할 수 있는 마음, 아무리 명작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거 참 더럽게 지루하고 재미없는데"라고 토로할 수 있는 마음, 이런 마음이 바로 어린아이의 마음이다. p89> 라는 이 구절 때문이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위선적 권위주의의 무거움. p104>에 억눌려 재미있거나 가벼운 것을 너무 터부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저 내가 읽어서 재미있거나 즐거우면 좋은 것이고 이를 솔직히 평가하면 그만인데, 꼭 권위자나 많은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소설만이 좋은 소설이라고, 이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수준이 낮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일단 이런 전제에서 소설들을 보고 있다. 이미 사회에서 '꼴통'이라고 낙인찍힌 마광수 교수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시비를 걸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전에 읽어보았거나 관심을 가졌던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 김동인의 감자, 나관중의 삼국지, 안데르센의 동화들, 서머셋 모옴의 소설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편 등을 특히 흥미롭게 읽었다.

 


마광수 교수의 시각은 일관적이다. 일단 자신의 의견에 솔직하다. 여기에 소개된 소설들은 비평가들의 평가가 거의 비슷한데 일반적으로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은 거의가 대단하다는 칭찬 일색이고 그 외의 소설들은 가볍고 통속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마광수 교수가 주장하는 것을 종합 하면 <우리나라의 소설은 아직도 사상과 역사, 또는 민족 중심의 교훈주의 소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소설이 아직도 존경을 받고 있고 재미있게 쓴 소설은 존경 받지 못한다. 재미있게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비평가들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p53>는 것이다.

 


또한 소설이 너무 교훈적이고 무거운 것도 경계한다. 그는 인간의 행복이 <보람 있는 일, 관능적인 사랑, 즐거운 놀이> 이 세 가지 조건의 충족에 달려 있다고 보며 <문화는 아무래도 즐거운 놀이> 에 속하는 것이고 <건전한 레크리에이션, 시원한 카타르시스>의 놀이 쪽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04-

 


정치, 민족, 사상, 역사 등의 무거운 소설, 무거운 문화도 필요하지만 모든 잣대를 여기에 끼워 맞추다보면 균형이 깨어지고 참을 수 없는 위선적 권위주의의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시대상황에서도 눈물 빼는 뽕짝과 감상적인 연애소설은 여전히 필요한 법이고, 어떤 작은 스트레스라도 카타르시스 시키지 못하고 억눌러 버릴 때 정신은 그 반작용에 의해 더욱더 무거운 쪽으로만 향하게 된다고 하며, 흡사 종교재판을 방불케 하는 위선적 권위주의가 우리나라에서 활개 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통쾌하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그의 전작 <마광수, 멘토를 읽다>에서 느꼈던 그런 통쾌함이다. 그의 시각이 너무 한쪽으로만 쏠려있지나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마광수 교수는 현실의 무겁고 딱딱함, 권위주의가 삶을 너무 무겁게 하고 즐거운 기회, 자유로울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뺏고 있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나관중의 삼국지 편이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편 등에서 그는 민중과 대립하는 기득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잃지 않고 있다.

 


마광수 교수의 말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인생을 좀 더 자유롭고, 가볍고, 경쾌한 것으로 누리며 살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너무 무거운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내 의지, 내 생각에 따라 솔직한 마음으로 책과 문화와 인생을 보고 표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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