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 - 아파트 빌라에서 제대로 키우기
타마키 미케 지음, 이윤혜 옮김 / 보누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

저는 길고양이 4마리와 10년째 동거중인 냥이 엄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첫째 미지와 10년 되었고, 나머지 고양이 미오, 미로, 미노 이렇게 차례차례 한 가족이 되었어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로를 데려 왔을 때 나중에 보니 임신 중이었더라고요.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보리였는데 4살 정도 되던 올해 4월에 신부전증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지요. 원래 5마리였다가 다시 4마리가 된 거예요.
고양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오게 된 사연도 가지각색입니다. 미지는 길고양이가 낳은 6마리 새끼 중 하나였고, 미오는 눈만 겨우 떴을 어린 시기에 엄마를 잃어버린 채 우는 걸 데려와서 분유 먹여 키웠고, 미로는 원래 우리가 밥을 주던 길고양이였는데 얼마나 살갑게 구는지, 나중에는 아예 집 앞에서 죽치고 살더군요. 그래서 데리고 들어왔죠. 미노는 한 지인이 구조했다가 자기 가족들이 반대한다고 그냥 무작정 우리에게 데려다 놓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족이 되었고요.
처음엔 저도 마냥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고양이들이 우리를 선택한 경우예요. 자기들이 먼저 다가와 정을 내며 기다리고, 졸졸 따라다니고, 배고프다고 울어서 밥을 줬고, 비가오니 박스를 씌워준 것이 다였거든요. 당시 저는 저 하나 입에 풀칠하지도 못한 터라 고양이 입양을 상상도 못했어요. 거부하고 외면하려해도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돌이켜보면요. 그래서 초기에는 우리 첫째 미지 고생을 많이 시켰어요. 중성화 수술도 못시켜서 발정 날 때마다 괴로워했고, 좋은 사료도 못주고 병원은 엄두도 못 냈으니까요.
그렇게 서툴게 지내면서 제 형편도 나아지고, 문득 정신차려보니 고양이는 5마리로 불어있었죠. 한 10년 되니 이제야 고양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면 되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고양이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고, 애완동물이 아닌 진짜 가족처럼 지내고 있어요. 제가 주는 사랑보다 더 많고 큰 사랑을 주는 고양이들에게 늘 고마워하며 지내게 되었죠.
물론 이렇게 될 때까지 순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중성화 수술을 꼭 해야 하는지, 화장실과 사료, 목욕, 소통 문제, 미칠 것 같은 털, 발톱 갈기, 병원비 등등으로 언제나 고민의 고민을 하여야 했답니다. 올해 처음으로 고양이가 아픈 것을 지켜봤고, 또 처음으로 죽음을 경험했는데 그 아픔은 또 이루 말로 하진 못해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이 책<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 1장과 2장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10년 쯤 되니 이제야 고양이에 대해 좀 알 것 같아요. 고양이는 개와는 달라요. 인간과 개는 주종, 서열이 있는 관계이지만 고양이는 인간 대 인간이 관계를 맺는 것과 비슷해요.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주인을 못 알아본다' 는 등의 말이 있지만 그것은 고양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말이랍니다.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 주종 관계는 없어요. 그냥 한 '존재 대 존재' 로 만나는 것이랄까요. 그냥 그 둘 사이에, 그 둘만 아는 특별한 관계가 형성이 되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88p에 짧게 나와요. 저는 이점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내가 다른 어떤 사람과 산다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알기위해 관심을 가지는 것' 등이 아니겠어요? 고양이도 그래요.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그래' 라는 생각은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깨끗하고, 예민하지만 이것도 고양이 마다 다 달라요. 우리 냥이 4마리만 봐도 성격이 다 다르고, 좋아하는 사료, 잠자는 버릇, 화장실 사용법, 장난치고 노는 버릇, 성격, 상처받는 부분,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모두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고양이 마다 그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기다리고, 얘기를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심지어 미로는 늘 친하다고 생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5년이 넘은 최근에서야 '정말 나를 받아들여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렇듯 둘 사이에 '진정한 관계' 가 형성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몰라요. 이런 내용들은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3장과 4장에서 다루고 있네요.
고양이를 데려올 때 야생의 아이를 가둬 학대하는 건 아닐까, 중성화 수술을 시킬 땐 나 좋자고 애들한테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건 아닐까 하는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미 인간은 자연을 자기들 멋대로 개발하고 이용하고 야생동물들이 살 공간을 잠식해 가고 있죠. 이 상황에 시골이 아닌 도시에 고양이들이 야생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닐 수가 없어요. 지금도 우리 동네에 길고양이 밥 주는 문제로 주민들이 싸우고 있고, 반대하는 쪽은 쥐약으로 고양이들을 다 죽여 버리겠다는 말도 쉽게 하는 것을 보면요. 이 내용은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1장에서 2, 3장은 비슷한 내용들도 다루고 있네요.
저는 이제 고양이들의 죽음도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한 녀석을 떠나보내며, 아픈 아이 한 녀석과 살고 있는데다 첫째 미지는 이미 내년이면 11살이 넘으니까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제가 한 3년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 고양이들도 다 함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애들이 왜 하루 종일 잠만 잘까?' 하는 생각밖에 못했는데, 그렇게 인간과 고양이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존재이며, '어떻게 관계 맺는 가'에 따라 서로를 하나의 '존재'로써 성숙에 깊이 관여할 수도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거지요.

이 책 <도해로 읽는 고양이 생활백과>는 그런 좋은 관계가 될 지도 모르는 인생의 반려동물, 친구와 가족을 맞아들이는데 아주 좋은 교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은 사고파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들도 상처받고 사랑하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생명체이며, 그런 관계가 될 수 있는데, 어찌 쉽게 사고팔고 버릴 수가 있을까요? 모든 일에는 깊은 책임이 있으니, 고양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들일 계획이 있거나, 어떤 목적으로든 이미 받아들였으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정신을 무장하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제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고양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나, 입양할 계획이 있다면, 이미 입양 후라도 꼭 근처에 두고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제가 10년간 겪었던 고민이나 어려움들이 정말 소소한 것 까지 잘 설명되어 있네요. 왜 집에서 키워야 하는지, 중성화 수술은 왜 필요한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며, 어떤 물품이 필요하고,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며, 대체적으로 어떤 성격이나 특징이 있는지, 이사를 가서 환경이 바뀌거나, 결혼이나 출산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떤 것을 먹이고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 정말 필요한 사항들이 빠짐없이 적혀 있어요.
저는 이 책과 더불어 애니멀 커뮤니케이팅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읽어보시길 권해요. 저는 <너의 마음이 궁금해-박민철>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아멜리아 킨케이드>를 읽어보았는데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고양이가 죽고 나서 마음을 추스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너의 마음이 궁금해 http://africarockacademy.com/10146688426
애묘인이 늘고, 길고양이와 유기 동물을 보호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고양이를 키우다 동물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지금은 되도록 채식을 하고 모피나 동물 털, 가죽으로 된 옷, 신발, 가방들도 되도록 사지 않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죠.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르겠어요. '미지'라는 길고양이 한 마리의 만남이 이렇게 제 인생을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고양이와 동물들,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일까 합니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참으로 좋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고, 10살 넘은 노령묘의 생활과 심리상태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께 읽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