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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사로잡는 Why 마케팅 - 감성시대에 요구되는 마케팅 트렌드
조기선 지음 / 타래 / 2013년 10월
평점 :
고객을 사로잡는 why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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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연예술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공연을 만들어 내는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사정상 이런 공연을 만들면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홍보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마케팅 담당자 인 것이다. 그래서 여러 카페와 블로그, sns를 운영하며 다양한 방법들로 관객들과 미래의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 공연을 홍보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포스터와 현수막, TV나 라디오 광고, 인터넷, 기존 관객들의 정보가 있다면 1:1 문자나 메일링, SNS를 비롯한 인터넷 광고나 극히 드물게 전단지나 엽서형태의 프린트 물로 홍보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공연의 내용 즉 '컨텐츠' 가 좋으면 자연히 관객이 많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여러 예들과 스스로 홍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일단 '돈, 자본금' 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흥행이 입증된 대형 뮤지컬이나,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큰 공연이라면 출연자의 네임 밸류로 인해 홍보가 참 쉬워진다. 투자자나 협찬도 얻기가 쉽다. 때로는 컨텐츠가 별로 좋지 않더라도 모객에 큰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기대되는 수익성도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있다. 출연자나 규모면에서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 책은 이런 절실한 요구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앞서 말한 큰 공연은 업체로 보면 '대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내가 하는 작은 규모의 공연은 '소상공인','소규모창업' 정도로 비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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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중요한 것은 먼저 '컨텐츠'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마케팅이 좋아도 컨텐츠가 좋지 않으면 다음의 거래는 물 건너 간 것이다. 이 책은 각자의 분야에서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기본 틀'을 말해주고, 이런 컨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향유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하나의 문화적인 흐름으로까지 이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과점이라면 일단 빵이 맛있어야 한다. 맛있는 빵은 좋은 재료로 만든 빵, 자주 먹는 빵, 금방 만든 빵이다. 물론 빵을 만드는 사람의 실력은 기본이다. 자 그럼 이 제과점의 주인은 어찌하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일단 좋은 재료를 쓰고, 자주 먹도록 하기위해 쿠폰을 발행하고, 보통 제과점이 빵을 만드는 시간인 아침이 아닌, 사람들이 가장 빵을 많이 사는 시간인 퇴근시간에 빵을 만들어냈다. 또한 이 빵집 사장은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일요일을 쉰다. 그러니 오히려 토요일 월요일 판매량이 늘었다. 매월 12일 수익금 전부를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짧은 종이에 뉴스레터로 발행한다. 소문이 나고 평판이 좋아지니 역시 수익이 는다. 결국 이 빵집은 사장도 직원도 지역사회도 행복한 빵집이 된다. (p69, p135)
이 예는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 빵집은 그저 빵을 판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팔았다. 이런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었다. 전후 결핍의 시대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물건의 소유가 (What)가 중요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물건을 보관하고, 어떻게 잘살까, 서비스, 컨설팅, 웰빙을 고민한 어떻게(How)가 중요했다. 2000년을 전후로는 누가 판매하는가(Who)가, 물건과 기술력이 평준화되어 품질이 비슷해진 지금과 같은 시대는(Why)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P29)
Why는 이런 것이다. 내가 왜 이 물건(컨텐츠 ,서비스)을 사야하는가, 이것이 어떻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어떤 이득을 주고, 어떻게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가에 대한 것, 즉 쾌락과 고통 탈출, 편리함보다는 즐거움, 정신적 풍요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축소되는 소비, 선택하는 소비, 현명한 소비를 하게 되었고, 소비자의 관심은 품질을 넘어서 건강요소, 윤리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 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감성과 가치가 중요해졌다. 앞서 예로든 빵집처럼 그저 다양한 빵만 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내세우며, 자신의 가진 비전을 적극적으로 어필 해야만 하는데, 책에는 이를 위한 방법들이 예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같은 홈페이지 홍보나 전단지라도 예전처럼 가격, 위치, 상품 소개에만 치우치기보다는 자신 개인의 이야기를 싣고 직원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는 다든지, 명함에도 정보만 적는 것이 아니라 밝은 표정의 얼굴과 회사의 철학이나 전문가직책을 함께 적는 다는지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마케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먼저 One&Only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효율적인 마케팅 방식이 아니다. 자신의 회사를 최고가 아닌 '유일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며, 직원 개개인의 성취와 행복, 비전과 목표가 종합되어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고객이 우선이고 왕이 되던 시대와 결별한 직원First, 직원 개개인이 그 회사의 대표로 일할 수 있는 멀티, One-stop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고 (p141), 이 과정 전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실용서이지만 정말 정독을 했는데, 첫 페이지부터 내가 가진 어떤 편견들을 깨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다른 책과 비교되는 것은 마케팅의 근본 틀을 잡아 주었다는 것이고, 단지 내가 가진 물건이나 컨텐츠를 잘 '팔리게' 하는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어떤 비전과 가치관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는 것에 있다.
또한 성공한 창업이나 마케팅을 분석한 결과론적인 책이 아니라, 이런 근본 가정을 가지고 창업과 마케팅에 변화를 주어 성공을 한 예를 들고 있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본 시각의 마케팅 책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한다. 창업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사업에 부진을 겪고 있거나, 효율적인 마케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한 사업체의 오너가 아니라도 지금보다 좀 더 발전적인 생활을 기대하는 사람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자, 그럼 나의 마케팅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 이제껏 나는 우리가 가진 컨텐츠만 홍보하고 전달하는 'What'마케팅에 머물러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명함도 다시 제작을 할 것이고, 블로그나 SNS 홍보 문구에도 많은 수정을 하였다. '여기 재미있는 공연이 있으니 보러오시오' 가 아닌 '이 공연이 당신에게 어떤 행복을 줄 것인지'를 고민 하고, 나아가 우리와 관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보기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