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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버 - 강과 아버지의 이야기
마이클 닐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더 리버 (The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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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은 어느 철학자나 현자보다도 더 큰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 그런데 왜 강일까? 아니, 아니다. 강 뿐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본다면 길 가의 작은 돌이나 풀 잎 속에도 깨달음의 길은 있을 테니까.
이 소설은 거친 인생의 강을 해쳐가며 삶이 품은 거대한 이야기와 진리를 찾아가는 인간들의 성장기이다. 거친 물살 속에서 헤매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던지고, 때로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속에서 발버둥을 치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깊은 좌절감에 떨기도 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망설이다 놓쳐 버리기도 하는 사람들.
그것이 인생이다. 거친 강줄기를 타고 가려면 강 앞에 겸손해 져야 한다. 높은 파도를 만나면 몸을 움츠리고, 거대한 물줄기를 만나면 거스르려 하지 말고 그 힘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 때로 깊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땐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저 바닥까지 내려갔다 노를 치켜들고 한 번에 치고 올라와 자신이 거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떤가? 거대한 운명의 물줄기를 거스르려고 하거나, 나를 압도하는 인생의 위기에서 자만하고, 스스로 깊은 고통의 심연으로 스스로 빨려 들어가 그 어떤 도움의 손길도 거부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여기가 끝이라고, 이 폭포에서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서둘러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험이 무서워 얕은 개울만 건너려고 하지는 않은가?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바로 이런 것을 묻고 있으며,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이 거친 인생의 강에서 자신만의 생채기를 스스로 치유하고, 그 강이 선사한 선물을 기꺼이 받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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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가브리엘은 강하고 다정한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아주 행복했다. 콜로라도 래프팅 캠프에서 방문자들을 리드하고 지도하는 일을 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가브리엘을 아주 사랑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갔던 어느 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그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만다. 그 후 사정 때문에 함께 살지 못했던 어머니와 콜로라도를 떠나 캔자스에서 아주 어둡고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그러던 주인공에게 거대한 운명이 꿈틀대고 다가오고 있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가게 된 콜로라도 여행에서 드디어 자신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운명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환상처럼 신비로운 경험, 강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을 적셔 떠오르게 했던 강의 소용돌이, 붉은꼬리흰매, 물 장막이 만들어준 화면 속에서 보았던 과거의 화면들이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님을, 이 강과 아버지와 자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치유'를 받게 된다.
그 후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삶으로 돌아 갈 수 없음을 알게 되고, 그토록 두려워하고 원망했던 강으로,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우며, 때로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신을 압도하는 '운명'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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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서 래프팅 캠프의 일을 배우고, 강을 타고, 첫 여행에서 만난 '태비사'와 사랑을 키우고, 새뮤얼, 에즈라, 제이컵 이라는 멘토와 교류를 하고, 어머니에게 받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읽으며 '진정으로 산다는 것'과 '강이 주는 삶의 교훈' 을 서서히 깨달아 간다. 그리고 꼭 한번은 뛰어넘어야 할 '비밀'과 만나게 되면서, 한 층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 이야기는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우연히 만나게 된 두 남자의 의례적인 대화에서 시작된다. 그렇다. '살다보면 인생을 바꿔놓는 사람과 만날 때가 있다'. 우연인 것 같지만 우연이 아닌 그런 운명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삶의 승리를 거둔, 삶의 빛나는 교훈을 얻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염성이 있으며,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까지도 열정에 들뜨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아닐까? 그런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결심을 하고 거대한 운명의 강 속으로 '풍덩' 자신을 던지는 용기가 있는지!
이 소설은 그런 거대한 이야기의 주인공 '가브리엘 클라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우리는 누구나 자신과 같은 거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누구나 스스로 알지 못하는 더 큰 이야기의 일부라는 사실, 그리고 모험을 감행하지 않으면 그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없다' 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각 페이지 마다 녹아있는 인생의 교훈들, 멘토들이 들려주는 주옥같은 말들이 어떠한 명상서적보다도, 어떠한 깨달음의 말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았으며, 큰 울림을 주었다.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본다. 깊고 푸르며 굽이치는 물살을 가진 강. 밤이면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해주고, 어느 날 거대한 바위를 선물을 가져오는, 그리고 어떠한 순간에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 그 강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봐, 나는 강을 수 백 번 탔어. 그래도 급류를 타기 전에는 아직까지 속이 울렁거려.
그리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지.
나보다 큰 무엇과 대면할 때는 항상 그런 느낌이 들거야.
한편으로 그래서 삶이 아름다운게 아닐까 해.
우리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만 품고 산다면 아무것도 누릴 수 없어.
모험도 없고, 운명도 없고, 목적도 없지."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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