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통도유사 (通度遺事)

 

 

 

 

 

 

책 서두에 저자가 밝혔듯이 역사를 쓰는 방법은 저마다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그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가치관'일 것이다. 이 책은 통도사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지만 '삼국사기'처럼 사실위주의 이야기만 기록하는 것이 아닌 종교적이고 초월적이거나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의 일들까지 품어 써낸 '유사'체의 책이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처럼 말이다.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의 하나로,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있어 불보(佛寶)사찰이라 고 한다. 이제껏 내가 통도사에 대하여 들은 것이라곤 '통도사' 라는 이름과 얼핏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대웅전에 따로 불상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이 책은 통도사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이 절을 창건한 '지장율사' 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연유, 절 이름의 비밀, 통도사의 건물들과 연못에 담긴 의의와 관련된 전설, 통도사를 우리나라의 삼보사찰중 하나가 되게 한 '금강계단' 이야기, 풍수지리로 본 통도사와 용 관련 신화, 부처님 진신 사리의 영험, 통도사를 대표하는 선사, 유교의 불교 배척과 많은 전란의 역사 속에서 건재했던 이유, 과거와 현대 관련된 사람들의 일화들 까지, 통도사를 거대한 이야기의 보물창고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통도사에 이렇게 깊은 역사가 있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수많은 신화와 스님들의 일화, 전래되는 이야기들이 많은지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앞서 말한 '유사 체'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통도사를 그저 역사적 사실만으로 얘기한다면 백과사전에 나온 관련 설명 몇 줄이면 끝일 테니까. 그러나 저자는 그런 명확한 사실이외에 그 안에 담겨있는 전설, 그 전설과 연결되는 다른 나라나 민족의 전설로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영적인 체험이나 풍수지리, 주역의 이치에 까지 이야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통도사 극락전에 그려진 <반야용선접인도>의 예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중생들이 극락정토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 배가 바로 큰 용이 변한 것이다. 뱃머리에는 인로왕보살, 후미에는 지장보살이 타고 중생들을 인도하고 있는 그림인데, 이 그림에서 저자는 저승으로 가기위해 강을 건넌다는 원형을 기독교의 요단강, 일본의 삼도천, 영국의 스톤헨지와 우드헨지를 이어주는 에이번강, 이집트의 나일강까지 확장시키고 지장보살을 보고 오작교와 견우직녀 설화로 연결 시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불교민속학을 전공하고 유교, 도교, 불교의 높은 고수들과 교감하며 닦은 천문, 지리, 인사 등을 공부하고 언뜻 보기에 마치 기행에 가까운 행적을 통한 깊은 사유와 깨달음이 저자인 조용헌으로 하여금 이러한 거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하였나 보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전설, 이야기의 원형, 신비로운 이야기, 마치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옛날이야기처럼 한 순간도 지겨운 순간 없이 이야기 속에 풍덩 빠져들게 해 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저자의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이 다시 생각났다.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http://africarockacademy.com/10151039009

그때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기서는 '통도사'에 관해 집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통도사의 이야기지만 옛날이야기이기도 하고, 역사이기도, 신화와 전설이기도 하다. 정말 저자의 글 솜씨와 다양한 방면의 깊은 지식이 놀라웠고, 이를 잇는 상상력 또한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김세헌 화백의 멋진 그림도 이야기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과 그림의 조화가 참으로 멋졌다. 거기다 실제 통도사의 사진들 또한 글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 무척 즐거웠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통도사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다양한 지식을 얻기 원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신화와 전설, 설화에 관심 있는 사람도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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