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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산고
토지의 박경리. 일본을 말하다.
아직도 '일본'은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현재 불거지는 교과서 역사 왜곡에 대한문제에서도, 대통령의 정통성문제에서도, 독도 문제에서도,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서도 하다못해 축구 한일전에서도 여전히 일본은 '뜨거운 감자' 다.
2013년 10월 현재 아직도 우리주위에 '동양척식주식회사' 명의의 땅이 있다는 TV 뉴스를 접하고 나니, 이런 시기에 스스로를 '철저한 반일작가'라 칭하는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찌 보면 정말로 시의 적절 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시대착오적 같기도 하다.
일본은 아직도 과거청산을 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제 연로 하셔서 한분 두 분 세상을 뜨고 계시고, 식민지의 잔재는 없어진 듯하다가도 정치권에서 어이없는 발언과 행동들로 국민들의 빈축을 사거나, 젊은이들은 그들대로 일본 문학과, 음악, 예능 등을 실시간으로 즐기고 있으니 참으로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기회가 될 때마다 강연 자리와 여러 지면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 ‘일본 문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펼쳐 보인 것을 모은 책인데 1부 <일본산고>는 토지를 연재하면서 틈틈이 써두었던 글과 토지 완간 후에 썼던 글이고, 2부에 실린 글들은 <생명의 아픔>,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등에 실린 글 중에서 ‘일본’ 관련 글들을 추려 모은 것이다. 3부는 일본의 역사학자 '다나카 아키라' 와의 지상 논쟁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박경리가 본 '일본과 일본인의 특징 은 피와 칼의 역사, 폐쇄되고 고립된 공산에서 간신히 수혈된 해외 문화는 만세일계라는 체재에 맞게 변조되어 철학이든 사상이든 진실추구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황당한 '신국사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일본의 군국주의는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 난센스, 신국사상이라는 틀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문제는 바로 이런 일본을 비판 없이, 경제대국이라는 허상만 보고 생각 없이 일본을 닮아 가는 줏대 없는 식자가 날로 늘어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3부 지면상의 논쟁에서는 다나카 아키라의 허황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참으로 날카롭다.
일본은 동경 대학살이나 위안부 문제는 덮어두고 자신들의 원폭피해만 부각시키며 날로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작가는 그런 일본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자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특히 골프장을 예로 들며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 200여 페이지의 분량, 읽기 어렵지도 않고 식민지를 살아낸 경험과 통찰력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현 시점에 많은 것을 시사하는 아주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