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때 잠자리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여덟 살 때 잠자리

 

 

 

 

'피오는 여덟 살 때의 자신이 알아보지 못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상상을 해보자. 나는 어느 순간 생각지도 않은 어떤 계기로 정말로 유명한 사람이, 일명 벼락 스타가 되어버렸다. 언론과, TV, 잡지, 파파라치, 이미 유명해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되자 대중들도 나를 일제히 찬미하기 시작한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도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늘 이런 상황을 꿈꾼다. 좀 더 유명해지고, 좀 더 영향력이 커지고, 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좀 더 무엇인가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런 욕망은 누구의 마음속에도 작게나마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닐까. 자기 자리에서 좀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그런 삶을 사는 것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는데 그냥 그렇게 돼버렸다. 부모님은 강도와 경찰로 만나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어 결국 감옥 속에서 죽고, 가난한 할머니와 가난하게 살던 주인공은 할머니가 죽고 나자 혼자가 된다. 그러다 먹고 살기 위해 작은 '사기'를 치기위한 방편으로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이를 예술계에서 유력한, 아주 유력한 사람이 보게 되고, 그 사람의 죽음과 함께 주인공은, 마치 '그의 마지막 작품'처럼 남게 된다. 천재적인 작가가 되어서.

 

그 이후로 주인공인 '피오'는 자신의 삶을 살 수가 없다.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을 보지 않고도 그녀가 천재라고 떠들어 대고, 그녀의 재능과 천재라는 이름을 인정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들 논쟁의 중심이 되고, 그녀가 가지 않았던 파티에서도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의 인터뷰가 나고, 그녀가 하지 않은 말, 하지 않은 행동조차도 모두 이슈가 된다.

이제 그녀는 없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해지며,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의 등장으로 인해 잊힌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그녀를 더욱 더 환상적인 존재로 만들어간다.

 

이 일련의 과정은 정말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우스꽝스럽고 조소하는 듯이 그려진다. 지금의 스타시스템을 보는 것 같다. 그의 실력, 그의 작품, 그의 생각은 아무 상관없이 유명한 누군가 칭찬을 하고, 누군가가 언급을 하며, 자신이 그에 대해 더 잘 안다는 듯이 떠들어 대면 그는 그냥 '스타'가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좋다면 대중은 그를 스타로 만든다.

 

문제는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 그의 삶이다. 자신으로 살 것인지, 그저 환상적인 존재로 남을 것인지, 그 거품이 꺼지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 소설 속의 '8살 때 잠자리'는 그런 의미이다.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그런 날이 올 때,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건' 자기가 자기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점이 되는 그 무엇. 8살 때 큰 빗줄기에서도 힘차게 날개 짓을 하던 그 잠자리를 보았던, 그때의 피오, 그때의 자신이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나는 내 인생에서 그런 기준이 되는 장면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나. 내가 원하는 삶은 유명한 사람의 삶인지 아니면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는 그런 삶인지. 만일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면 내 욕망쯤은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는지.

 

때로는 자식을 향해, 나의 승진이나 더 많은 돈을 향해, 권력이나 명성을 향해 우리는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러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그러한 의문이 문득 떠오를 때, 우리는 가슴속에 기준이 될 만한 그 무엇을 품고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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