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몇 년 전에 나는 아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매일 울고, 삶의 의욕이 없었으며, 누군가를 끊임없이 원망하고 미워했다. 주위 사람들을 붙들고 그 사람이 나에게 했던 가혹한 행동들과 내가 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끝도 없이 이야기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런 일을 반복하는 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을 원망하는 힘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었다. 그 순간 내가 그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더 이상 나는 어떤 힘으로 살아가야 할 지 몰랐다. 그 당시 내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내가 그렇게 무기력 할 수밖에 없고, 내가 그 '꼬라지' 로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그 사람 때문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내 한심한 꼴은 모두 '내 탓'이 되는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내게 했던 가혹한 일들을 그만두게 할 기회가 있었고, 내가 그를 원망하기에 앞서 그 잘못된 일을 시정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그냥 도피처를 찾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 사실을 어렵사리 인정하고 나자 나의 우울증도 비통한 심정도 모두 씻은 듯이 사라졌다. 또 그 사람도 나처럼 그저 '완벽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읽으면서 나는 '에고'에 사로잡혀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는 아주 심각한 상태였다. 이 책에 따르면 그 당시의 나는 에고의 '피해자의 역할' 을 연기하며 사람들의 동정과 연민, 관심을 받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에고는 '자신에 대한 허구의 이미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신적 이미지, 생각과 감정을 자신이라고 여기는 인간의 근본적인 착각' 을 의미한다.

 

에고는 소유와 존재를 동등하게 여긴다. 내가 소유하는 것이 바로 나라는 환상이다. 그것은 어떤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미지나 육체가 될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집, 자동차, 명성, 부가 될 수 있으며, 여기서 에고는 '갖고 싶어 하는 것' 보다 '더 많이'원하는 욕망을 말한다.

 

나아가 에고는 원하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 일정한 역할을 연기하는 데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능보다 그 역할에 지나치게 '동일화'된 나머지 그것이 자신을 점령해 완전히 그 역할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 역할에는 그 중산층 주부, 부모, 체제 거부적인 예술가나 배우,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지식을 과시하는 문화인, 거칠고 사내다운 남성, 유혹적인 여성이 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관계는 사라지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에고는 집단화되기도 한다. 에고는 분리하고 배척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는데 나와 다른 생각, 내가 속한 단체가 국가 이외에는 모두 비정상적이고 적으로 간주하게 되는데 개인이면 하지 못하는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일들도 어떤 집단이 되면 무의식중에 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에고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은 비정상적이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자체가 에고로써 기능한다. 그저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에고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고 진정한 '존재' '진정한 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속에는 붓다, 예수, 인디언을 비롯한 여러 신비주의 영적 지도자들의 이야기도 접할 수가 있는데 종교로써가 아니라 어떤 깨달음을 얻은 선지자로써의 이야기를 접할 수가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성경속의 에피소드나 예수의 말씀은 이제껏 오로지 '종교'나 '믿음'으로써 '강요'받던 것이 아니라 존재와 깨달음의 말이었다는 것이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에크하르트 톨레는 특정한 종교인이 아니다. 이 책속에는 어떠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도 없다. 다만 '에고'와 '에고에 대한 집착'을 알아차림으로써 현재의 순간을 사는 자유와 기쁨을 알 수 있도록 그 길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알기 쉽게 적은 '깨달음'의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면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게 일어나는 생각, 나의 욕심, 내가 연기하고 있는 역할들에 대해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계자체에 대해 그리고 나의 행복에 대해. 이제 어떤 감정이 피어오를 땐 이야기를 만들기보다 '사실' 과 '감정'을 분리시켜 보려고 노력한다.

 

또한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 성공, 인정받는 것, 남들과 비교하며 원망하고 분노하는 것 보다 그저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 하고 진정한 '자유'를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애써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그저 현재와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이 책은 한번 읽으면 그만인 책이 아니다. 늘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아야 할 책이다. 읽기 쉬운 책도 아니다. 한 구절 한 구절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꼼꼼히 읽히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어떤 화두를 받은 것처럼 묵직함으로 다가오는 책이며, 읽는 것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고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 내겐 숙제 같기도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