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 앞만 보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간에게 던지는 유쾌한 돌직구
안드레아스 슐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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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고양이와 가까이 지내본 사람이라면 혹은 고양이를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단언컨대 고양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생물체다' 다소 과한가? 아름다운 외모, 완벽한 균형감각, 높은 자존감, 독립적인 생활태도, 우아함, 느긋함, 깔끔함 등 장점을 꼽으라면 한없이 꼽을 수 있겠지만 단점을 꼽으라면 글쎄 내가 오라고 할 때 오지 않는 다는 것 정도? 그러나 그 조차도 매력의 일부 일 뿐 단점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완벽한 고양이가 사람에게 조언을 하는 책이다. 7개의 생명을 가졌다는 고양이, 원래부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고양이, 그들이 모여 그동안 자신들에게 잘 해준 인간들에게 무언가 선물을 해 주고 싶다며 함께 살던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고양이들의 교훈, 고양이 철학을 선물해 주고 싶다며.

 

 

"우리가 인간들에게 고양이 철학의 지혜를 전수해 주겠다는 거예요. 어쨌든 인간들을 대부분 우리 고양이들에게 아주 잘해주고 도움을 베풀어 주니까요. 이런 은혜에 보답할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p12-

 

 

내용만 보자면 나이 지긋한 철학자 혹은 승려나 신부, 수녀 등의 종교인, 혹은 심리학자들이 삶에 지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하는 당사자가 고양이라는 점, 그 고양이가 매우 매력적이라는 점, 교훈은 비유와 상징이 주로 이루고 상하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매우 유쾌하고 위트가 넘친다는 점이 이 책이 다른 교양서나 자기개발서와 차별되는 점이다.

 

책을 읽다보면 귀여운 행동을 하는 고양이들이 떠오르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거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어떻게 고양이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알 수 있는지 또 그 특성들을 어떻게 인간에게 주는 교훈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는지 정말 그 상상력과 관찰력, 통찰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거기다 책 중간 중간 귀여운 삽화들은 유쾌함을 더한다.

 

고양이 철학자 '카터른베르크의 루푸스'는 빨간 털을 가진 고양이이다. 그는 7개의 묘생 중, 여러 번을 산 연륜 있는 고양이이다. 그가 든 많은 비유들 중에는 인간의 위대한 철학자들이나 학자, 작가들의 이름을 패러디한 많은 고양이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캐시미어 리스친스키의 패러디 '캐시미어 카초프스키', 프리드리히 니체의 패러디 '프리드리히 미체', 보이티우스의 패러디 '포이티우스', 오스카 와일드의 패러디 '오스카 차일드' , 이마누엘 칸트의 패러디 '이마누엘 카츠' 등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인물들의 철학이나 작품들을 언급하며 고양이 철학의 이해를 돕는다.

 

 

 

예전에 줄스 에반스의 '철학을 권하다'란 책을 읽으며 철학에 관한 선입견을 깬 적이 있다. 그 전까지 내게 철학이란 '지적유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철학이란 그저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인생, 자유, 평등, 소유, 이성, 죽음, 삶 등의 의미를 찾거나 논증하는 것일 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철학은 철저하게 '행동' 하고 '실천' 하며 '훈련' 하는 것이라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리뷰 http://africarockacademy.com/10143082313>

 

 

이 책도 그와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양이 철학자는 인간에게 이래라, 저래라, 이런 것, 저런 것, 따위의 어렵고 허황되게 느껴지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천' 하고 '훈련' 하는 것으로써의 철학을 이야기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양이가 들려주는 철학은 과하지도 우스꽝스럽지도 않다. 눈앞에 생선이 보이면 단호하게 낚아채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늘 준비하고 조심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모습에선 늘 일을 위해 일을 하는 인간의 조급증을 살펴볼 기회를 준다. 늘 자신이 먹을 것 이외에는 많이 사냥하지고 가지기를 원치 않는 모습을 통해서는 우리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돌이켜 보도록 하며, 늘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자유과 자발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첫째, 잠은 좋은 것이다. 잠은 에너지와 힘을 절약하게 해 주고 자신과 하나가 되게 해 준다. 둘째, 부단히 변화하며 새로운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늘 조심하고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p107-

 

"기다릴 수 있어야 하고, 강함을 활용하고, 약점은 인정하기만 하면 되요.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면 단호하게 낚아채야 하지요. 적절한 순간이 오래도록 오지 않을 때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p131-

 

"생에서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하는 것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세요." -p132-

 

"탐욕스럽다는 말은 누리는 것(즐기는) 보다 소유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p170-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으로 삶을 허비해 버리는 가.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데 인간은 늘 세상을 바꾸는데 인생을 허비한다. 그 욕구가 가장 컸던 사람들이 바로 이 세상을 전쟁과 살육의 장으로 바꾸는데 가장 크나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늘 발전을 얘기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내가 가진 많은 것들 보다 가지지 못한 단 한 가지 때문에 세상을 비관하거나 기회를 놓쳐버렸다 비관하지는 않는지.

 

몇 번의 묘생을 산 요 귀여운 고양이 철학자의 말에 한번쯤 귀를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고양이 철학자가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인간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며, 어쩔 수 없는 것에 맘을 빼앗기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늘 깨어있는 삶을 사는 것. 어쩌면 늘 듣던 이야기지만 고양이 철학자의 교훈에는 고양이다운 균형감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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