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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가 동산으로 간 까닭은?
김준범 글.그림 / 북극곰 / 2013년 3월
평점 :
네모가 동산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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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미생의 작가 윤태호와 까만코다, 천사 안젤라의 작가 이루리의 추천사를 보면 저자 김준범은 천문해석학(astrology), 점성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학문을 접하면서 생활의 태도 인간관계 등 많은 것이 달라진 듯하다. 또한 김준범 작가는 이 두 사람에게 천문해석학을 알려주며 큰 영향력을 미친것 같기고 하고 말이다.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겪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주위만 둘러봐도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데 가만히 보면 그럴 기회가 있지만 잡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그런 일을 겪었지만 특별히 느끼지 못하는 듯도 하고.
나는 인생에서 뭔가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내가 겪은 사소한 일들이 어쩌면 환상적인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할 때 그중 가장 큰 일 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깨달음' 이 아닐까 한다.
굳이 불교니 종교니 떠들지 않더라도 뭔가 영적인 일을 겪거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경지를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혹은 그렇게 되기 위해 좀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 어쩌면 이 과정이 나를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내가 환상적으로 바라는 깨달음을 astrology를 통해 얻었을지도 모르는 '김준범' 이란 작가의 이 명상만화는 내게 이 세상과 사람, 자연, 여러 관계들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게 해 준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은데, 멀리서만 답을 찾는 네모처럼 나 또한 어리석게도 한 자리를 맴맴 돌고 있지는 않은지, 욕심에만 눈이 멀어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지나 않은지, 외계인을 눈앞에 두고도 정작 자신이 이 우주를 다 아는 것 마냥 지식으로 입으로만 나불대고는 있지는 않은지, 뭔가 답을 찾는 다는 '생각' 혹은 그런 '나 자신' 에게만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이 만화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동글이의 어린 눈에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 투성인데 왜 내 눈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은 것인지, 내가 찾고 있는 그 세상사 의문점들의 답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간결한 내용, 간단하면서도 동글동글 예쁜 그림체, 원색적인 색감, 쉽게 읽히고 예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동글이처럼 맑아지고 간단해질 수 있을까. 수많은 욕심들 사이에서 흐릿한 눈을 뜰 수 있을까.
바쁜 생활 속에서 이 책을 보고 있는 동안만은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다. 과거형으로 쓰지 않는 것은 이 책은 늘 현재 진행형으로 자주 읽게 될 것 같아서 이다. 따뜻한 차와 함께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