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라스트 폴리스맨-지구가 망하는 거보다 더 큰 사건이 있을까?

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라스트 폴리스 맨

몇 달 후면 소행성 마이아가 지구와 충돌한다. 지구를 명말 시킬 수 도 있을 만한 거대한 크기의 소행성. 그 두 행성은 각자 다른 곳을 지나다가 어느 한 순간 꽝 하고 부딪치는 것이다.

지구 멸망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많이 봐왔다. 이 소설처럼 소행성에 부딪히기도 하고 빙하기가 오기도 하고, 물바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영화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영웅이 있고 혹은 돈과 권력이 몇몇 안전지대를 마련하거나 그 이야기 자체가 음모였다거나, 그 속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희망을 찾고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살아남는다.

그럼 이 소설은 어떨까. 지구 멸망을 앞에 두고 사람들은 종교에 빠지거나, 자살을 하고, 약탈과 방화를 하고, 버킷리스트를 실천한다며 사라진다. 마약에 빠져들기도 하고 생필품은 떨어지고 전화, 전기, 자동차, 의료서비스, 식당까지 우리가 편히 누리던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자리가 빈 곳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형사가 되어 '자살' 로 보이지만 타살로 생각하는 한 사건을 맡는다. 보험 계리사였던 피해자는 맥도널드 화장실에 비싼 벨트로 목이 메여 죽은 모습으로 발견이 되지만 주인공은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게 이 사건에 집착한다. 모두가 자살로 여기지만 그저 직감으로 타살로 여기며 수사를 하게 된다.

주인공이 수사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무기력하다. 모두 피해자를 자살했다고 여긴다. 다른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들이 일하고 사는 곳 모두 제 기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함정들에 빠진다. 혹시? 혹시? 하며 읽게 되지만 느끼기에 특별히 큰 충격적인 반전은 없다. 주인공은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영웅이 아니다. 그는 다치고 죽을 뻔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범인을 알아내는데 그것이 그리 통쾌하지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이미 자극적인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이유일 테지만.

반전도 일어나지 않고 예정대로 지구와 마이아는 부딪힐 것이고, 그동안 사람들은 계속 자살할 것이고 이런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사람들은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특정 종교인들은 죽을 때 까지 복음을 전파하려 할 것이며, 끊임없이 어리석은 일들을 하려 할 것이다. 이성은 마비되고 지성은 짓밟힌 채로...

아마도 그래서 이 소설이 그리 깔끔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나도 영웅을 원한 것일까. 그런 위험한 상황에 어떤 기적을 기대한 것일까. 이 이야기의 전말보다 이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현실이 더 극적인지도 모르겠다.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 집단 광란의 허무한 잔치를 보는 것 같아 무척 우울했다.

추리, 스릴러로써 이 작품은 어떨까? 계속 흥미를 유발하지만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의 긴박감은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범인이 드러나는 부분도 솔직히 그렇게 극적이지 않았다. 조금은 김이 센다고 해야 할까. 그것은 그 '자살로 보이는 살인' 사건 자체가 그리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던 이유인 듯하다. 그 사건보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 전체에 퍼져있는 우울한 느낌이 더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고, 이 사건이 주는 충격은 지구가 소행성과 부딪히는 일 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그 종말 후를 생각하는 한 사람의 몸부림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