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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 ㅣ 프로젝트 3부작
다비드 카라 지음,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
첫 마디를 어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재미있었고,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예상했던 것들을 살짝살짝 비껴가는 전개로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았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화려한 스케일에 매력적인 주인공,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중간 중간 위트 있는 대사로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키는 센스, 그리고 나치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치밀한 구성까지! 정말 흠을 잡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온 많은 발명품들 중에 최악을 꼽으라면 단연 핵무기를 꼽고 싶다. 냉전시대가 남긴 유물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의 발전이 있는데 그 중에서 과연 인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최악의 일은 인간을 몰모트로 한 생화학 무기의 발명일 것이다.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 혹은 자기 민족의 순수성을 내세워 침략을 일삼다가 어느 순간 좌와 우로 나뉘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자 심판 받아야 할 자들은 좌우 진영 논리의 필요에 의해 전 세계로 흩어져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넘어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의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친일의 앞잡이들이 어는 순간 빨갱이를 잡는 다는 명분으로 때로는 오랜 실무 경험으로 유능하다는 명분으로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큰 부나 권력을 가질 수가 있었던 일들을.
나치가 끝장난 후는 어떠했을까? 많은 고위직 나치 당원과 나치 협력자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연합국의 도움을 입고 세계로 흩어졌다한다. 목적은 오직 하나 스탈린의 영토 확장을 막는다는 것이었고. 프랑스, 영국, 미국 정보기관들과 공모해서 탈출을 했다는데 그자들을 여러 직책에 배치한 후 그들을 통해 CIA의 돈으로 독재 권력에 자금을 대고 각자의 자리에서 얻는 노하우를 보고 하게끔 하려는 의도로 말이다.
이 소설은 그런 역사적 사실 바탕위에 써졌다. 나치의 악랄한 행위는 말할 것도 없는데 이 소설 속에서 그들은 과학을 이용해 인류를 순수한 아리아 인종으로 바꿀 수, 아니 그들의 의도대로 라면 '진화'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미치광이 과학자 '블레이베르크' 를 탄생시킨다. 그는 유태인을 몰모트로 삼아 그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험을 하는데 그 실험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물은 어두운 씨를 뿌려 현재에 까지 이어지고 그 거대한 프로젝트, 그 위험한 비밀에 발을 담그게 된 주인공 제레미의 아버지가 죽으면서 그 비밀은 주인공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주인공은 그 분야 최고의 실력을 가진 증권 중개인이었으나 과거에 받은 상처로 괴로워하는 남자이고 한 순간의 실수를 자책하여 스스로 벌을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이어 받은 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CIA 조직원인 매력적인 여성 파트너 재키와 함께 여러 나라를 누비며 위험천만한 위험 속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재키라는 캐릭터는 영화 레옹의 마틸다를 떠오르게 하고, 주인공의 캐릭터는 아주 명석하지만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아버지의 자리를 그리워하는 섬세하고 상처받은 남자이며 완벽해 보이지만 모자란 부분이 있는 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미끼를 아주 조금씩 던져주며 독자를 희롱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서서히 절정을 향해 몰아가는 그는 제대로 된 이야기꾼이다. 차를 몰고 가는 추격씬, 몸으로 싸우는 격투씬, 화끈한 폭발 등이 눈에 그려지듯 묘사되어 있고, 어두운 내용이지만 어둡지 않게 그리는 것도 아주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오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소설을 쓰긴 아주 어려워 보이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그 어려운 일을 아주 멋지게 해낸 것 같다. 추리와 스릴러, 첩보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며 그냥 재미난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프랑스 소설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 한 번에 깨준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