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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가격 -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인생을 만드는 삶의 미니멀리즘
태미 스트로벨 지음, 장세현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행복의 가격
나의 꿈은 목조로 된 2층집,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다. 넓은 마당이 있으면 좋겠고 양지바른 곳에 텃밭도 있으면 좋겠다.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리 넓지 않은데 돈이 많더라도 도심의 넓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사람이다. 도심지에 직장이 있고 할부로 구입한 차와 집값이 비싼 도심지에 벗어난 곳에 대출로 구입한 아파트에서 최소 1~2시간이 걸려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말이다. 그러나 그들 부부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둘이 맞벌이를 해서 차와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제테크 -빚을 관리- 하면서 주말엔 쇼핑몰에 가 힘들게 일한 자신에게 줄 선물을 쇼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삶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말이다.
그러던 그들이 어느 날 그렇게 사는 것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지. 쇼핑몰에서 자신을 위한 물건들을 쇼핑하고 자신의 집에 그득그득 쌓여있는 물건들이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건 잠시 뿐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다 저자는 인생의 전환점을 겪는다.'디 윌리엄스' 가 등장한 짧은 유튜브 동영상 1편 때문이다. 그 영상에는 디가 스스로 '스마트사이징' 이라 이름 붙인 개념을 소개하며 작고 아늑하고 바퀴달린 주택을 짓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하는데 그때 저자는 삶을 단순화 한다는 발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한다.
먹는 것이 간단해 지지 않으면 삶이 간단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저자도 이 영상을 계기로 삶이 180도 달라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금융권에 일하며 남부럽지 않던 삶을 살던 저자는 이때부터 과연 자신의 삶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으며, 소박한 삶에 대한 책과 블로그 들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자동차였다. 또한 그 자동차 때문에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매월 그 빚을 갚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많은 고민과 대화 끝에 자동차를 팔고 빚을 청산하고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팔거나 나눔하고 집을 줄이고 나중엔 결국 몇 평되지 않은 바퀴달린 아담한 집에서 살게 된다.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작은 집에서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언론사 인터뷰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과 고민, 읽었던 많은 책들,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구절에서 참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많았는데 특히 국민 총 생산액인 GDP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 이 지수가 높아지면 우리는 점점 잘 살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라크전쟁, 원유 유출, 삼림파괴, 핵탄두 개발 비용, 우리가 쇼핑몰에서 사들이는 그 모든 물건, 이런 것들로 말미암아 생산성, 소비, 서비스, 무역 등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측정' -p62- 하는 것이 GDP이다. 그러나 이 지수가 '우리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결혼 생활의 안정성, 공무원의 청렴도' 등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많은 것들을 측정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성장만을 생각한다. 그것은 결국 '남들보다' 많이 가지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아직 벌지도 않는 돈으로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물건을 사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은가? 좋은 옷, 구두, 핸드백, 자동차, 집까지 우리는 작건 크건 많은 물건들을 사고 그것들을 '보관' 하기 위해 더 넓은 집을 구하려한다. 내가 집을 넓히려는 이유가 정말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가?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부모님도 늘 잘살기 위해 애쓰셨다. 늘 밖에 나가서 일을 하셨지만, 내가 진정 원한 것은 어쩌면 부모님의 관심,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일까? 아니 더 나아가 과연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런 의문들을 던지고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자신이 이렇게 소박한 삶을 살게 된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나 또한 거기에 잔잔히 젖어드는 것을 느낀다. 내가 가진 욕심은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불행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
이런 소박한 삶, '다운사이징' 의 삶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소박한 것이 아니라 금욕적이거나 궁핍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러나 저자는 이 물음에 이런 답을 한다. '소박하게 사는 것은 금욕적이거나 궁핍을 견디는 것이 아니며, 오래 지속될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선물들 즉 자신을 위한 시간, 자유, 공동체가 깊이 스며드는 삶이라고. 초점은 물건이 아닌 삶 자체에 있다고'.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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