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7대 사건을 보다 - 세상을 뒤바꾼 세계사 7대 코드, 그 비밀의 문을 열다
박찬영.정호일 지음 / 리베르스쿨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사 7대 사건을 보다

 

 

 

역사를 공부하고 살펴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국사와 세계사를 크게 나눌 수 있겠고, 시기별로, 지역별로, 나라별로, 비슷하거나 특정한 사건별로 나누거나 비교해 본다거나 큰 줄기만 보고 갈 수도 있고 각 사건별로 자세히 살펴보는 방법도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사 그리고 상고사에 관심이 많아 그에 관련된 책들을 잘 읽는 편이다. 정사도 좋고 야사도 좋고, 혹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상상력이 좀 더 가미된 팩션도 좋아하는 편이다. 역사에는 '만약' 이 없다지만 그래도 만약 이랬다면 하는 가정을 갖고 돌이켜보는 시각도 즐긴다. 문명이 꽃피기 전의 예전 과학시간에 배웠던 생명탄생이나 진화에 관련된 책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 이 책 '세계사 7대 사건을 보다'는 어느 쪽에 속한 책일까? 이 책은 세상의 이치 즉 세상이 흘러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 세상을 흘러가게 할 법칙을 선택, 필연, 우연, 흐름, 위치, 인과, 종합 이 7개로 나누고 인류사의 수많은 사건가운데 이 법칙을 대표하는 사건을 하나씩 선정해 자세히 살펴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건 선정은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종교, 문명, 민족, 철학, 의학, 전쟁사로 분류하고 여기에서 7가지의 사건들을 선별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그냥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눈으로 재해석한 '논술서' 이다.


나는 앞서 밝혔듯이 국사 그 중에도 상고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제4장 '인류사의 흐름에 큰 획을 그은 단군조선' 편을 제일 흥미롭게 읽었고, 제1장 선택의 법칙편인 '콘스탄티누스 1세의 선택' 편과 제 7장 '종합으로 이루어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편 또한 재미있게 읽었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은 균형을 잡기 위해 정호일, 박찬영 공동저술이다. 한 편에서 세계사 7대 법칙과 사건을 선정해 틀을 잡고 한편에서 틀에 맞게 역사적 사실을 추가 하고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내용을 점검했다고 한다. 역사는 집필자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어떤 역사적 사건이라도 그 해석에는 아주 큰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역사적 사실도 누구는 혁명이라고 하고 누구는 쿠데타라고 한다. 일제시대는 일제가 나라를 불법적으로 침탈한 것이지만 한 편에서는 그들 때문에 우리가 잘 살게 되고 근대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안창호 선생은 테러리스트요, 김구 선생은 나라의 성립에 관여하지 않았으니 중요한 일을 하지 않은 것도 된다.


그래서 역사의 서술에는 균형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에서도 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 것이 긍정적이다. 또한 꼭 꼬집어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뿐만 아니라 현실 생활에서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것은 제 1장 그리스도교의 유일신 신앙을 인정한 니케아 신조에 대한 이야기인 콘스탄티누스 1세의 선택 편과 제3장 우연이 만들어낸 제1차 세계대전 편에서 읽을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다신교를 배척하고 유일신을 믿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하면서 중세는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선택만이 진리인 암흑기로 접어들게 된다. 만일 콘스탄티누스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마녀사냥이나 종교 전쟁 같은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3장에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우연' 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이제껏 그 시대는 자본주의의 팽창과 노예제의 붕괴로 ';전쟁이 일어 날 수밖에 없었다' 는 자본주의적 관점이나 지배자의 관점이 반영된 의견을 무작정 믿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필연의 법칙으로 만든 것일 수 도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제4장에서는 단군 조선의 건국의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여러 유물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아직도 단군조선과 단군신화는 역사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학자들이 있다. 역사는 새로운 증거와 유물이 나타나면 지금 정사라고 여겨지는 것도 수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틀 속에 속하지 않으면 배척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 발자국 나아가 단군조선이 전 인류사에 끼친 영향과 그 의의를 설명한다. 역사다 아니다를 넘어 진정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위서논란이 분분한 역사서가 아니라 랴오허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고인돌, 훙산문화, 하가점층문화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예로 들며, 국가 성립에 필요한 요건들을 살펴보고 인류 최초로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식한 홍익인간의 이념에 대해서도 그 의의를 말하고 있다.


필연을 만들어낸 나이팅게일 편에서는 현재 읽고 있는 '죽음을 다시 쓴다'라는 책과 만나는 지점이 있어서 아주 반가웠다. 마지막 7장 아리스토 텔레스편에서는 철학의 역사를 선 굵게 살펴보면서 많은 철학적 이론들을 하나로 종합하여 훌륭한 이론을 정립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알아보는데 '소요' 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며 끝을 맺어 상당히 인상적인 결론이라 생각되었다.


책은 첨부한 사진에서 보듯이 많은 화보와 컬러풀한 사진들이 배치 되어있어 이해하기 쉽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관련된 지도도 나와 있어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문체도 딱딱한 어투가 아니라 '선포했어요, 선택했답니다' 등 마치 옆에서 말하는 듯한 문체를 썼기에 읽기에 쉬웠고, 마치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점도 참으로 좋았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는 다면 더 없이 좋을 역사서이고 논술 공부에도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 관심이 있건 없건 이 책은 흥미롭기도 하려니와 재미도 있어 교양을 쌓기 원하는 성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각 챕터가 연결되지 않기에 손 가는 대로 따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사실만 나열해 놓은 책이 아니니 여러 가지 생각도 해 볼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물론 저자들은 이렇다 저렇다 주장하거나 단정 짓지는 않는다. 단지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정도이니 거부감은 없을 듯하다.


오랜만에 즐거운 역사서를 읽어서 참으로 기분이 좋았고, 화보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참으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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