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을 위해 당신이 희생한 15가지
최용섭 지음 / 문예춘추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재벌을 위해 당신이 희생한 15가지

 

 

 

며칠 전 페이스 북에 박원순 서울 시장의 글이 올라왔다. <흔히 정규직으로 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진실은 달랐습니다. 이렇게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 인건비가 16% 늘지만, 민간 용역업체에 주는 이윤과 관리비 등의 경비가 39%가량 줄면서 오히려 연간 53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도 예산을 훨씬 남긴 것입니다. 그 동안 생각이 없어서 못한 것이지 예산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는 청소노동자 등 비 정규직 노동자들을 6,231명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올라온 글이라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이 글의 댓글에는 응원의 글도 많았지만 부정적인 글도 꽤 있었다. 부정적인 글의 요지는 철밥통 공무원수를 왜 늘리냐, 있는 공무원 수도 줄여라, 혹은 이런데 쓸 예산은 어디서 마련하는가, 동유럽 나라 망할까봐 복지 줄이는 거 모르냐, 기업에게 혜택을 주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좋지 않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고, 복지를 늘리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 정규직 고용은 당연한 것이며, 정규직은 쓸데없는 비용증가로 인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비 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규직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생각도 있다. 같은 노동자들도 결국 내 것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한때 그런 의문을 가졌었다.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 그런 것은 당연하지 않은지, 기업에 혜택을 더 주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 않은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나 이 책 재벌을 위해 당신이 희생한 15가지에서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허망하며, 그 동안 정부와 재벌들이 결탁해 만들어 놓은 허상이고 세뇌인지 일일이 까발려 준다. 이 사안은 chapter10낙수효과는 없다’ –p141- 편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MB정부에서 낙수 효과를 기대해 기업들의 직접세인 법인세 부담율을 낮춰 주었지만, 그 돈으로 투자를 더욱 확대하여 서민들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재벌들은 그 돈을 금고에 쌓아두고 고용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중소기업은 어떨까? 사회에 극심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 실업은 어찌 봐야 할까? 이 문제는 chapter02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 왜 구조적 문제인가편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사회는 청년들에게 눈을 낮추면 할 일이 많다고 하지만 같은 노동을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와, 중소기업 고용의 불안정성은 20년 이상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한 청년들에게 과연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런 일자리를 기피하는 것은 오히려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주종관계, 업계 관례로 자리잡은 상식을 뛰어넘는 불공정 거래에서 중소기업은 언제나 이 될 수 밖에 없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은 그 기술조차도 빼앗아 가버리는 일례들을 많이 볼 때 고용의 안정성은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제쳐두고 청년들에게만 눈을 낮추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동안 알고 있었던 대기업 집단의 탐욕과 독재정권과의 유착으로 형성된 재벌의 기원부터 외국인 근로자, 사교육, 치솟는 물가, 낮은 출산률 등의 상관관계를 15chapter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은 독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거치며 온갖 특혜와 밀착을 통해 고도의 성장을 이룩했다. 그들이 제일 쉽게 돈을 번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부동산 투기이다. 1970년대 후반 정부의 수출주도 경제 발전 계획으로 인해 정부의 종합상사 지원으로 요건이 되는 재벌들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국민의 세금-을 지원받고, 중동건설 호황으로 재벌 건설사 들이 떼돈을 벌게 되었는데, 재벌들은 돈의 대부분을 R&D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투기에 사용을 하게 되어 막대한 이윤을 얻게 된다. -P 17-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공이래 노동자들의 임금이 과거보다 상당히 올라 재벌들은 인상된 노동비용으로는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만 끊임없이 쏟아내고,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확대 재생산하여 마치 노동비용이 발전의 걸림돌인냥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재벌은 국민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들이 견인차 역할을 하여 이 땅의 경제를 이끌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탐욕은 이제 그 한계를 벗어났다. 그들의 문어발식 경영, 이제 골목상권까지 점령하려는 그들의 사업방식을 어떤 사람들은 해외의 기업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낙수효과를 운운하며 높은 임금이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몇십년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대학 졸업부터 학자금대출로 인한 부채에 시달리고, 취업은 늦어지거나 어렵고, 그렇게 출산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대기업들이 흔들어 놓은 부동산 경기는 평생 집 한 채를 갖기 위해 국민들을 대출과 이자, 고리사체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중소기업과의 불공정 거래는 일자리 안정에 치명적인 적이며, 중소기업이 클 여유조차 박탈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세금정책은 부유층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세계최고의 자살률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 있다.

 

 

아직도 재벌들의 낙수효과만 기대하고 있는가? 내가 가진, 반 이상이 대출인 아파트 값을 올려줄 정부를 기대하고 있는가? 이런 불공정한 구조를 그대로 두고 사교육만 규제하면 공교육이 살아날 거라 보는가?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사교육을 포기 하겠는가? 젊은 부부에게 아이를 낳아라고만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가? 복지 얘기만 하면 곧 나라가 망할 거라고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분위기를 호도하는 재벌들이 있는데 복지를 얘기하지 않고 출산률을 높일 수 있는가? 가난한 것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해도 한 달에 받는 돈은 생활비도 안나오는 현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파업을 해서도 안되는가? 파업현장에 민간군사기관을 표방하는 용역들을 공용해 폭력을 일삼는 것을 그대로 용인해도 되는가?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빨갱이나 좌빨 등의 불온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것은?

 

 

이번 대선의 중요쟁점들 중 하나가 재벌해체와 복지였다. 재벌이 해체되면 곧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다고 노동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는 곧 소비자이다. 안정된 일자리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교육, 레져, 내수 등의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는 앞서 본 박원순 서울시장의 일례에서 보듯이 우리가 몰라서가 아니라 집행의 의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더 이상 재벌들과 언론, 정부가 합동하여 선동하는 불안감에 흔들리지 말자. 더 이상 불 건전한 재벌의 악행을 두고 볼 수 없다. 그들에게 올바른 세금을 거두고 재벌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막아야 한다.

 

 

이 책은 이제껏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재벌의 실체를 알려주었다. 재벌과 관련된 정치, 경제, 일자리, 복지에 이르기 까지 많은 것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왜 재벌해체와 경제 민주화가 국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 말이다. 이 책과 함께 날아라 노동’ –부키/ 은수미지음- 이라는 책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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