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EBS 동과서 제작팀 외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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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EBS다큐멘터리)

 

 

 

나는 왜 이 책 제목만을 언뜻 보고 영남과 호남의 동과 서라고 생각 했을까. 거기에다 동과 서로 나뉘어 감정대립을 하게 된 지역감정의 원인 즉 정치인들의 공작을 파헤친 책일 거라고 넘겨짚기까지 나가도 한참 나간 짐작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동양과 서양 사고의 차이를 파헤친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었다.

 

 

그럼 이 책에서 동양과 서양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걸까? 현재 동서양 비교문화 연구가 중심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곳으로 동양은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을 서양은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 문화권으로 설정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 흔히들 말하는 동과 서의 차이는 어디에 연원 하는 것일까? 이 책의 모태가 된 다큐멘터리의 원고는 그 연원을 파헤치기 위해 갖가지 실험들과 미국의 미시간, 일리노이, 스탠포드 대학교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최신 동서양 비교문화심리학 연구결과와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씌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사회적, 철학적 설명구조 속에 재배치, 재해석하여 다큐멘터리와,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도식과 사진, 자료 등이 등장하는 데 모두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들이다. 그것은 국내 최초로 80%이상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하나 하나 모든 실험들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롭고 사진, 그림, 명화, 사물들이 총 천연색으로 등장하여 자칫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아주 쉽고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말 보다 영어를 먼저 배워야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지에는 상관없는 영어 교육, 현대의 동양사회가 지나치게 서구화 되고 있는 이때 우리에게 이 책은 과연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을 비롯하여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든 흐름에서 문화적 열등감까지 느껴야 하는 맹목적인 현실 속에서 말이다.

 

 

그런 의문에서 이 책은 읽는 이에 따라 많은 것을 줄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아무리 서양을 닮고 따라가고 싶어도 우리의 무의식과 사고방식, 행동 패턴 등은 옛 동양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지금처럼 동양인 스스로가 그런 특징들을 알지 못하면 그 열등감과 패배의식은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뇌부터, 피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차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허울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 책 속에는 많은 실험들과 인터뷰를 통해 그런 동서양의 사고와 철학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실험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동양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보다 그것을 이루고 있는 본질에 주목하는데 이런 차이에서 언어의 차이가 만들어 진다. 영어에서는 셀 수 있는 명사와 그렇지 않은 명사, 단수 복수를 구별하지만 동양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형태를 보면 사물과 공간을 인식하는 동서양의 차이가 드러난다. 동양에서는 모든 것을 의 흐름으로 보았다. 그래서 동양의 그림은 여백의 미를 중시하고 서양의 그림은 대부분 화폭을 가득 채운다. 이는 사물이 허공 속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서양과 우주를 가득 채우는 기가 모여 사물이 생겨난다고 믿는 동양의 사고방식과 철학의 차이이다. 기가 모이면 실체가 되고 실체가 없어지면 다시 우주를 가득 채우는 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건축에서도 이런 차이가 드러나는데 동양은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텅 빈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서양에서는 기둥양식, 벽면 등의 실체적 요소를 중시한다. 또한 무용의 용을 중시하는 노자의 철학에서 잘 나타난다.

 

 

표현의 방식은 어떨까? 차 더 마실래?’ More ‘tea?’에서 보듯이 동양인은 동사위주의 표현을 서양은 물질위주의 표현을 한다. 또한 동양은 물질과 시간을 고정 불변의 것으로 보지 않고 순환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서양은 물질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으로 이루어진 고정불변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물질의 속성이 중요해 지지만 동양은 순환하는 과정, 그 사이의 관계, 원인과 결과 등을 중요시 하는 것이다.

 

 

사람을 평가하고 표현하는 것에도 차이를 보인다. 동양은 사람 또한 홀로 떨어진 존재라 보지 않아 가족과 그가 속한 환경을 중시하는 반면, 서양은 그 사람 자체를 중요시 한다. 이는 범죄를 보도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동양은 범죄자를 볼 때 그가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던가, 범죄를 저지를 때의 상황을 많이 보는 반면, 서양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인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중심의 문화와 우리중심의 문화의 차이, 주위를 인식 하는 것, 행복과 성공의 기준, 사회가 원하는 개개인의 차이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예를 든 것 이외에도 참으로 재미있는 실험과, 인터뷰나 일례들이 책 속에 가득 들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그리고 서양과 동양의 사고와 행동들이 왜 다른지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어떤 물체나 상황, 본질의 특성을 알고자 할 때 그 것 자체를 연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과 비교를 하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비교를 통해 둘 사이의 차이와 더불어 동양과 서양 자체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문화는 우월함을 따질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각자의 행동패턴과 사고방식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더 잘 알고자 노력한다면 쓸데 없는 노력이나 감정 싸움은 필요 없어질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와 우리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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