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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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시궁창 같은 현실을 직시 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너무나 쉽게 건네는 힐링이나 위로 같은 말이 참으로 불편하던 나였다. 나 역시 불 같은 20대를 지나온 사람이고 30대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겨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용기를 조금 냈을 뿐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멘토들이아파야 청춘이며, 그런 아픔, 그런 좌절은 젊음이기에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만 성숙해 진다고들 이야기 한다. 나 또한 한때는 그런 달콤한 말에 위로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힘을 낸다고 한들시궁창같은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 아픔은 잠시 숨어있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인생에 조금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었을 뿐이었다.

 

 

가난의 대물림, 무기력, 빈부격차, 무한 경쟁사회 이런 것들은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도개인적임을 추구하는 이런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부추기지만 애초에 출발부터 다른 냉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혹은 그 말을 뒤집으면성공하지 못한 것은 네 부족 탓이라는 숨은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현실은 늘 시궁창 일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너는 남들처럼 살지 못하느냐고 무언의 질책을 퍼 붓는 사회, 늘 이기기 위해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이 책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우리가 애써 보지 않으려 하는 이 사회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노조를 허락하지 않는, 아직도 많은 사원이 암이나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그러나 누구나 입사를 희망하는 꿈의 직장인 대기업 삼성의 어두운 모습, 뜨거운 쇳물에 녹아 사라져버린 젊은이의 인생, 누구나 다 가는 대학 합격하고도 가지 못하는 학생, 자식을 죽인 부모에게 다른 자녀를 떠맡기는 국가, 우리나라 똑똑한 학생만 갈 수 있다는 카이스트의 자살사건, 30분 배달을 약속한 업체의 마케팅으로 오토바이 사고를 부추기는 업체와 소비자들, 더 이상 정규직을 뽑지 않는 회사와 비정규직 사원들의 대립, 묻지마 살인 등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또 한번의 사회적 죽임을 감당해 내야 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낱낱히 파헤쳐져 있다.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야 하기도 했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했고, 무기력한 나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나와 내 가족만 아니면 다였기에 내 친구와 먼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지도 모르는 아픔들을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려 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더 이상 이 책에 나열된 사람들이 이야기가 실제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무엇이었을까? 힐링이니 위로니 하는 말은 현실의 가혹함 앞에선 이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 그것도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움직이는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면 누구나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년에게, 가난한 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은?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결국은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책을 바꾸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진정한 해결책은 그런 일들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없도록, 폭력적인 부모에게서 아이를 격리시키도록, 무한 경쟁 속에서 서로서로가 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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