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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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읽는 시간

 

 

신화는 현대인에게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모든 것이 과학으로 설명되고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 눈부신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인간에게 유일하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이라는 영역이다.

 


누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신과 종교를 만들어 냈다고도 하고, 누구는 대중들을 좀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 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고도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들과 그들을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섬기고 있는 종교와 신앙이 과연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는 만물의 영장 인간, 첨단 과학으로 설명되는 시대에 갖는 어떨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는 신화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비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가 무의미하다고 하고, 누구는 신화에 역사까지도 맞추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진실 여부를 떠나 어찌 보고 어찌 해석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하겠다.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은 그런 의문에 이런 답을 준다. 신화는 직설이나 산문이 아니라 은유이므로 글자 그 너머를 보아야 하며, 신화는 선과 악, 도덕과 비도덕 너머에 있는 자연과 우주를 반영하므로 인간의 인식기준에 따라 판단 해서는 안되며, 신화는 원시적 사고가 지어낸 미신이 아니라 인류 원형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무의식의 세계를 반영하는 인류 전체가 꾸는 공통의 꿈이다. 또한 신화는 새롭게 태어나는 변화의 정수요, 모험을 통한 변화의 이야기이니, 이런 신화를 읽는데는 이렇게 신화를 읽는 '독법'을 알아야 하고, 저자는 이런 신화의 해석을 통해 '자기경영'의 정수를 뽑아내는 '모험'을 강행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신화 읽는 시간' 이 되겠다.

 


이 책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신' 으로 의인화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아름다움, 아테나는 지혜, 니케는 승리, 헤라는 가정과 결혼, 네메시스는 지나침과 과도함을 각각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화속에 보이는 신들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비논리적이고, 모순덩어리인데다 때로는 과격하거나 잔인하기까지도 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 자체가 모순적이고 과격하고 때로는 잔인하지 않은가.

 


저자는 약 30가지의 신화들을 통해 '자기경영의 방법' 을 제시하고 있다. 몇가지 인상 깊었던 챕터를 꼽아본다면 먼저 오디세우스와 폴리페포스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의 진짜 이름' 즉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며, 그 모험이 자기 혁명이라 하는. 진정한 자신의 이름으로 살지 못하고 사회, 가족 혹은 그래야만 하는 어떠한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볼수 있게 하는 이야기였다.

 


또한 배고픔의 상징성을 표현한 '에리직톤' 신화에서는 다른 것을 먹을 수 없어 자신을 뜯어 먹어야 했고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자아라는 허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키르티무카'의 이야기와 '늘 배고파 하라' 고 말했던  '스티브 잡스'의 일화까지 연결시키며, 늘 혁신하는 삶, 세속의 성공보다는 죽는 날 까지 삶의 기쁨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고,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는 삶을 제시한다.

 


또 인상깊었던 한가지는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제시하기 위해 예로든 '아킬레스' 의 이야기였다. 그건 아마도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분노와 원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한다. 노력해도 바뀌지 않고, 결국 똑 같은 이유로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잠도 잘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내게 특히 '분노를 다스리는 법' 중 제6계인 '시인 오마르 워싱턴 에게 배워온 것' 이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라. 화 낼 권리가 있다. 그러니 참을 수 없으면 참지 마라. 그러나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해도 좋다는 권리를 허락한 것은 아니다. 화를 내되 잔인해 지지 마라.' <P 99>

 


 또 한가지 이야기는 인간의 잔혹성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한 '팔라리스' 편의 '시칠리아의 암소' 이야기 였다. 얼마전 TV에서 그 고문도구에 관한 다큐를 보고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저자는 시각을 살짝 비틀어 그 안에서 처형당하는 죄수의 입장에서 '시인의 비극'을 살펴 볼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격렬한 고통을 가슴에 품고 있으나 탄식과 비명이 입술을 빠져나갈때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는 불행한 사람, 세상의 슬픔을 제 슬픔으로 공명하는, 구원을 얘기하되 스스로 구원자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자들이 바로 '시인'이 아닌가 하는.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이런 신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앞서 말한데로 내 삶과 겹쳐지는 부분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꼭 순서에 구애되지 않고, 살아가면서 한번씩 꺼내 읽는다면 두고두고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것 같다. 저자가 영향을 받은 신화 학자 '조셉 캠밸'의 저작들도 다시 꺼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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