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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코리아 - 우리들이 꿈꾸는 나라 ㅣ 넥스트 시리즈 1
김택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넥스트 코리아
얼마 전 TV에서 독일의 마이스터에 대한 다큐를 보고 참으로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학력지상주의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도 차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파이프 오르간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에는 어떤 숭고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또한 더 큰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남자의 물건>의 저자 김정운 교수의 독일 유학기와 조금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실제로 그가 겪었던 독일 통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이 2가지 사건이 별 관심 없었던 독일이란 나라에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그래서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독일이 어떻게 학력과 직업에 차별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었는지, 어떻게 통일 독일이 오늘날 이렇게 안정되고 관심 받는 나라가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복지 등에서 정말 눈이 커질 만큼, 부러움에 시샘이 날만큼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왜 독일을 우리가 닮아가야 하는 나라의 1순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자료들과 통계자료, 인터뷰자료등으로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많이 닮은 나라이다.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있다가 통일이 된것, 우리에게 한강의 기적이 있던것 처럼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것, 단일민족으로 자긍심이 높다는 것등이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회양극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부정적인 부분, 교육, 복지, 정치, 통일까지 많은 문제들에서 놀랄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놀라웠고, 관심이 있었던 것을 몇가지 꼽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한창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문제와 교육, 학교폭력문제, 올해 있을 대선과도 관련이 있는 정치문제, 대선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나 FTA로 대두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문제, 대기업과 지역상권문제 등이 되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일단 정치를 살펴보면 그들 정치권 역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반목을 하고 있지만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정당의 이익보다 크게 생각한다는 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보수와 진보가 손을 잡기까지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연방제로서 지역분권이 확실히 자리잡아 권력이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거나 우리가 선거 때마다 홍역을 겪는 지역주의는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또한 그들은 헌법으로 ‘독일 전역의 생활 수준이 비슷한 수준으로 보여야 한다’ 고 명시하고 있어 기업과 주요 관공서들이 수도에 밀집해 있지 않고 여러 지역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강력하게 제도화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정치를 ‘봉사’ 한다는 개념으로 보고 있어 2세가 다시 정치를 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독제자의 2세가 버젓이 나와 대통령을 하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우리네 정치현실과는 참으로 대비되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 즉 라인모델의 경제 모델은 전후 영미식 자유주의나 러시아 사회주의도 아닌 제 3의 길을 걷고 있다. 순수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사회주의 모델의 중도적인 개념인 것이다. 기본전제가 이렇기 때문에 독일의 안정된 복지 정책과 사적 부를 축적하기 위한 자유 경쟁체제가 아주 조화를 이룰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그들은 경기부양을 통한 고용확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지상주의를 탈피하여 반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안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면서도 경쟁질서는 바로 세우고 있다. 어설픈 시장개입은 지양하면서 대기업의 담합이나 불공정 거래 등은 엄격하게 규제를 한다. 그들은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소상공과 민생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대기업 체인에 제재를 가하며 주말이나 휴일에는 대기업의 체인은 일찍 문을 닫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현재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오버랩 된다.
미국식 신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빈곤은 어떤 의미일까? 며칠 전에도 사회 빈곤층과 약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연달아 9건의 자살사건이 일어난 일을 고발하는 TV프로 그램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빈곤은 대물림 된다. 돈이 없으면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생계 또한 막막해 진다. 죽도록 일해봐야 비정규직이다. 사회는 투명한 유리로 계층이 나눠져 있다고 한다. 도처에 가득 찬 성공신화들은 누구든지 노력만하면 잘 살수 있고, 하루 아침에 벼락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환상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다. 학교 공교육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고 주입식 교육, 사교육의 천국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학벌 지상주의는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고, 학교폭력을 양상하며,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몬다. 그렇게 대학에 가면 또 어떤가? 1천 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은 또 어떻게 마련하는가? 정부에서는 그 또한 대출로 연결시킨다. 대학교를 마치면 빚더미에 올라 앉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어떨까? 그곳에서는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일은 없다. 실직을 해도 생계는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입시지옥도 없고, 주입식 교육도 없으며, 사교육도 없다. 학교의 서열보다는 원하는 분야별로 경쟁이 이루어 진다. 그들 사회는 학벌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자격’이 중요한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 나이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결정한다. 공부를 해 대학에 갈지 기술을 배워 마이스터가 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고 그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천직과 소명의식이 있고,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지 않고 사회 안전 망을 구축해 두었기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물론 국민과 기업들이 세금을 잘 내기 때문이다. 대 기업들은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며, 사회에 공헌 할 수 있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사회적 연대 즉 공동의 가치를 지켜가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한 놀라웠던 것은 아직도 나치 전범을 찾아 스스로 그 잔재를 척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90세도 넘은 전범을 찾아내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한 예를 보면, 자신들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인정하고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 노력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과의 모습과도 겹쳐지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과도 대비를 이룬다.
마이스터, 천직과 소명의식, 읽기문화,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모습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빈곤이 대물림 되고,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원치 않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고, 평생 비정규직의 신분으로 언제 해고될 지 몰라 안절부절 하는 우리네 모습,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녹생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파괴하는 정부, 선별적 복지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시대적 과제를 눈 속임하려는 정부,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아직도 지역주의라는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 통일은 커녕 아직도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분단된 국토, 그리고 우리의 모습.
독일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느끼는 것이 많았다. 물론 독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겠지만 우리와 닮은 점이 많은 나라이기에 아주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독일 뿐만 아니라 스위스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라는 말을 들었다. 독일이든 스위스이든 우리가 모범으로 삼을 만한 나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많은 담론들이 쏳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있을 대선이 더욱 중요한 점은 말 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대선에 앞서 우리가 가져야 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할 지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