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 사이의 딜레마
박상표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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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채식을 시작한지 6개월째에 접어든 것 같다. 그간 어쩔 수 없이 동물성단백질을 섭취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피부도 좋아지고 아픈 허리도 덜 아프고 잠도 잘 자고 체력도 좋아진 것이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불공정무역의 대표주자인 커피와 초컬릿도 끊어서 아마도 더 좋아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채식을 실천하게 된 건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구제역 파동 때문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몇 번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 당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전부터 많은 양심 있는 사람들이나 단체에서 올린 글이나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가축의 공장식 사육의 문제점들을 알고 있었던 터라 이 책도 그 범주 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공장식 축산업고발하는 범주를 넘어서 축산업뿐만 아니라 그와 얽힌 다국적 기업의 지배, 유통구조, 그에 야기되는 질병, 비만, 식중독, 전염병, 세균, 정부정책, 그리고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던 수산물의 밀집사육 문제까지 짚고 있었으며, 나아가 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문제점에서 대안까지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한 아주 훌륭한 내용의 책이었다.

 

 

내가 채식을 말하면 동물에 대한 연민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왜 동물만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럼 채소들은 어떻게 먹냐는 비아냥거림, 그냥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되지 그러다 쓰러진다고 책망하거나 다이어트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한다. 그것이 연민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 인간은 잡식성 동물로 진화해 왔기에 그는 인정하며, 무조건 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좀더 싼 값으로, 좀더 손 쉽게 고기를 먹기 위해 고문하는 수준의 잔인한 사육, 생명체가 아니라 마치 공산품을 생산하듯 하는 공장식 밀집 사육자체, 또한 그런 생각과 그 생각을 부추기는 모든 이익집단의 이기심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이 밀집 사육되는 적나라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송아지 고기를 얻기 위해 1평도 안 되는 좁은 상자에 머리조차 움직일 수 없게 목을 묶어 기르는 모습, 인간이 손가락을 잘리는 고통에 버금간다는 병아리 부리 자르기, A4 용지 한장 크기의 케이지안에서 일생을 보내야 하는 닭들,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세를 하거나, 꼬리를 자르고, 숫 돼지의 긴 이빨을 자르는 모습, 기절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꾸로 매달려 온 몸이 잘려나가는 것을 온전히 견뎌야 하는 소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좀더 소상히 그 실상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축들만이 아니다. 사육과 도살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동남아 지역의 저 임금 노동자 들이며,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는 비정규직이다. 그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수를 받는다. 공장식 사육과 도살과정에서 배를 불리는 것은 그 모든 것들과 유통, 도살 후 남은 찌꺼기로 2차 제품을 만들어 파는 몇 개 되지 않는 다국적 기업들 뿐이다.

 

 

공장식 사육과 도살, 그 후에 제품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는 곡물, 사료, 유통, 로비를 이용한 정부정책 등 모든 것이 얽혀있다. 유전자 변형을 한 곡물로 많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그 찌꺼기로 사료를 만들고, 심지어는 동족까지 사료로 만들어 주기까지 하는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 그로 인해 광우병이 생겼다. 그 후 동족을 사료로 만들어 주는 것은 금지되었지만 닭이나 돼지의 부산물을 이용한 사료는 계속 주고 있으며, 그것은 돼지나 닭도 마찬가지다.

 

 

충격적인 것은 대량 밀집사육이 동물들에 국한된 이야기만이 아니란 것이다. 우리가 잘 먹는 생선등의 수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장 촉진제, 항생제는 기본이며, 심지어는 개와 고양이의 사체들로 만든 사료들을 수입하여 양식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수산물도 이미 안전한 먹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외에 이 책에서는 정부의 축산업 선진화 방안의 번지르르한 이름에 가려진 문제점 즉 소규모 농가를 없애고 공장식 축산업을 육성하려는 일련의 정책들과 무차별적인 FTA에 대한 비판, 서구화된 식생활의 문제점인 비만, 고혈압 등의 문제점 제시, 식중독, 전염병, 항생제 남용이 부른 슈퍼 박테리아 문제 등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마법의 방법은 없다고 한다. 일단 인간과 가축 모두를 위해 공장식 사육을 천천히 줄여야 하며, 그를 위해선 시민개개인의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고, ‘제철에 자기고장에서 난 식품을 집에서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일면 생협으로 불리는 한살림, 아이쿱, 여성민우회생협, 두레생협, 에코생협등의 생활협동조합을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농촌지역 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가는 중소규모의 가족농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래야 자연순환적인 유기농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금융기업위기에는 몇 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축산업 위기에는 시장의 기능에 맞긴다는 수수방관하는 정부 시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농축산업에도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장기적으로 우리의 농, , 수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채식을 권하지도 않고, 대책 없는 비판 혹은 고발만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좀더 싼값에 좀더 쉽게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인간의 욕구, 그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의 탐욕, 그것을 부채질하는 신자유주의와 그의 신봉자들, 탁상행정만을 일삼는 농림부관료들과 정부인사들 등 이모든 것들의 합작품이 공장식 사육이며 그의 폐해는 비만과, 전염병, 식중독, 슈퍼박테리아 등으로 이미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또한 아직은 알 수 없는 어떤 문제가 언제 우리에게 닥칠 지도 모른다.

 

 

가축이 건강해야 인간이 행복해 진다는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살아있는 동안 그들의 본능대로 살수 있게 해주고, 순환식 농업과 소규모 농업을, 지역 농업을 살린다면, 우리의 인식이 바뀌고 노력한다면 좀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아직은 늦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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