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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라, 자유에 이를 때까지 - 장자.잡편 ㅣ 새로 쓰는 장자 3
차경남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초월하라 자유에 이를 때까지
노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서 도덕경도 읽어보았고 관련된 다른 책들이나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노장사상의 다른 한 축인 장자에 대해서는 정작 어떠한 인물인지 어떠한 생각을 가진 철학자인지 접할 기회가 없었다. 단지 무위자연을 주장한 철학자 라는 단편적인 정보 밖에는.
이 책은 장자의 잡편을 해석한 해석서라고 할 수 있다.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이 있다고 하는데 장자 내편은 장자 본인이 썼고 외편과 잡편은 제자와 후계자들이 쓴 책이라한다. 저자는 <장자, 영혼의 치유자> 에서 내편을, <평범하라, 그리고 비범하라> 에서 외편을, 그리고 이 책 <초월하라, 자유에 이를때까지>에서 외편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 책에서는 외편에 수록되어 있는 원문과 그를 저자 나름대로 해석한 글이 함께 들어 있는데,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의 여러 종교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일례와 비교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장자의 핵심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장자의 내편, 외편, 잡편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비움' 이다. 어떤 관념이나 허상에 얽매이지 않고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직관적인 개념인듯하다. 이 허虛는 붓다의 공空과 마찬가지로 언어로는 설명하기 참으로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니 노자는 '도를 도라 말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라고 했고 붓다 또한 가섭에게 법을 전하실땐 말로 하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장자 또한 깊고 오묘한 진리를 전하기 위해 말과 글 대신 우화를 통한 것이 아닌가 한다.
참으로 재미있고 신선했던 것은 이런 장자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기위해 비교한 여러 종교와 철학들과의 차이와 공통점들이었다. 유교의 공자와 장자와 도교의 차이점, 도교와 도가의 차이점, 불교와 장자의 공통점 심지어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초기 기독교 영지주의와의 연결고리들에 대한 성찰은 정말 신선하고도 재미있었다.
장자의 사상 중 중요한 또 다른 개념은 바로 '인간중심적 사유방식의 탈피' 이다. 그를 보여주는 일례의 하나로 '말 조련사 백락'의 우화를 들고 있는데 아무 탈없이 잘 살고 있는 말을 조련한다고 털을 깎고, 굶주리게 하고, 목마르게 하는 등의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게 되는데 결국 죽은 말이 반도 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읽을 땐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을 파괴하고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을 받기 위해 동물을 대량사육하는 등의 행위는 오로지 인간만이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편협된 생각의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과, 흘러야 할 강을 막아 녹조현상까지 생기게 한 대통령의 모습도 겹쳐지는 등의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장자는 의외로 아내와 자식까지 있는 사람이었고 아주 가난하게 현실속에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무위사상을 생각하면 속세를 버리고 현실에 초연한 채 살아갈 것 같았지만 철저하게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궁핍한 세계로 뛰어들어' 그의 생각을 실천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소통과 비움, 깨달음과 직관에 대한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난 듯한 이 기분 좋음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 외에 다른 장자 내편과 외편까지 모두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