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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역사 - 과학공부를 잘하기 위해 먼저 읽어야 할
쑨이린 지음, 송은진 옮김, 이은희 감수 / 더숲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생물학의 역사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 난 과학에 관련된 과목은 모두 싫어했던 것 같다. 물리, 지구과학, 화학, 생물 등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고 당연히 성적도 저조했다. 만일에 그때 시험치기 위한 공부, 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냥 ‘학문’으로 그 과목들을 접했다면 아마 조금은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고리타분한 수업, 외우고 시험치는 일련의 행위들이 아니라 고민하고 실험하고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 과목들이었다면 그 수업들을 기다렸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 ‘생물학의 역사’는 과학자체에 대한 나의 선입관을 바꾸어 놓았다. 물론 이 책 속에 있는 방대한 내용들을 파고 들어가면 각각의 분야가 세분화 되면서 또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지만 꼭 생물학이 아닌 ‘과학’ 이라는 학문의 한 줄기를 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교양서 이다.
이제까지 서양학자들의 번역서만 보아오다가 중국학자가 쓴 책을 보니 서양학자들의 그것과는 첫 만남에서부터 무언가 다른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아마 첫 장에서 받은 생소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생물학도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원시인류가 살던 시대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거인이 하늘과 땅을 만들었다고 하는 중국의 반고 신화와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는 중국의 창조신인 복희와 여와 신화의 이야기,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만큼 중요하게 다른 북경원인 화석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복희와 여와는 우리 동이족의 신화일 수도 있다는 재야 사학자의 주장에 관심을 가진 나이기에-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조건반사를 연구한 파블로프의 실험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 심리학에서는 실험의 과정에 담긴 의미를 중시했던 반면 생물학에서는 신경활동과 대뇌의 작용을 중점으로 보는 시각차이가 흥미로웠다.
얼마 전 철학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다윈의 진화론에도 관심이 갔었는데 책에서처럼 멘델과 다윈이 만나고 서로 교류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호기심의 가정이 재미있었고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또한 과학 또한 철학의 한 줄기이라는 것을 전제로 각 분야를 알아가는 것도 나에겐 참 색다른 즐거움이다.
과거 모든 것이 종교와 분리될 수 없었던 시대, 혹은 어느 과학자의 이론이 정설로 인정이 되면 그에 반하는 다른 이론은 이단이 되거나 사이비가 되는 때가 있었단 것을 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과연 정확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그 사람들은 그런 지식들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은 어이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곤 했다. 그럼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여기는 것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우리의 과학 수준으로 볼 때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무엇인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스꽝스러운 믿음이었다고 판명 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무엇이든 과신하지 않고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참고서적이고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흥미로운 교양서적인 듯하다. 흥미로운 사실, 실험, 많은 이론들과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고 생물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쓴 훌륭한 책이다. 거기다 곁들여진 그림과 사진, 삽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이해도를 높여주어 편하고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