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픽션 호러픽션 1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호러픽션 

 

 

정말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혹은 정말 무서운 것은. 어렸을 땐 여곡성, 강시 등의 영화나 티비에서 방영되던 전설의 고향, 그리고 여름날 모깃불 피워놓고 옥수수를 먹으며 듣던 옛날 이야기, 혹은 동네에서 전해지던 -들을 때 마다 조금씩 달라지던- 무서운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내가 아이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 어른이 되고 보니 그런 것은 이제 크게 무섭지 않다. 내가 정작 무서운 것은 바로 세상이다. 세상은 집 밖뿐만이 아니라 이제 집 안에서 조차 두려운 것들과 함께 살아야 할 지도 모를 만큼 각박하게 변했다.

 

 

오로지 만이 최고의 가치요, 모두 비슷비슷한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기를 종용당하며 그렇지 못할 땐 가차없이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야 하는 슬픈 현실 자살 주식회사-, 심해지는 학교폭력, 폭행, 성폭력 등의 범죄에서 가해자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점점 잔인하며 대담해 지는데도, 단지 미성년자라 하여 쉽게 용서되는 현실이 과연 옳은 것인지 만월의 살인귀-, 혹은 가정폭력이 어떤 괴물을 만들어 내는지-괴물이 있다-, 집착, 소유욕, 이기심이 과연 올바른 사랑의 모습인지-붉은 장미, 꿈 속의 그녀, 묵도의 밤-, 과연 돈과 명예, 좀 더 높은 곳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욕구의 끝은 어디인지 향전- 이 책에 나오는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은 단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서 더욱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변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가진 자와 권력자 들은 좀더 많이 가지고 좀더 높은 곳에서 군림하고자 다람쥐 쳇바퀴 같은 무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 우리를 조종하고, 우리는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 냥, 혹은 나는 그런 일반인 과는 다르다는 우월감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더 무서운 괴물을 만들어내는 이 세상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인간들은 서로 소외되고, 더욱 외로워지고, 상처받은 자는 치료받지 못한 채 격리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두고 통제하는 이 세상이 바로 끔찍한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집은 픽션이라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인 공포를 담아낸 수작인 것 같다. 그저 공포소설이라는 틀에 두기엔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예전에 무서운 존재들은 한을 풀지 못하고 구천을 떠 도는 영혼이어서 어떻게든 그 억울함만 풀어주면 그만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 놓은 이 무서운 세계에서 태어난 괴물들은 현실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 움직이기에 우리의 두려움은 더욱더 커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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