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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로드 투 네이션
김치락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7월
평점 :
길 로드 투 네이션
2012 대선을 앞두고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것 같다. 이 책 또한 대선을 앞두고 현실과 비현실을 교묘히 교차해 소설적인 재미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이 소설에는 남한의 대통령 후보인 김문권과 북한의 킬러 최강철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둘이 살아온 인생을 교차시켜 보여주면서 남한과 북한이 지나온 길, 한 민족이 두 개의 국가로 나뉘어 대립하고 때론 화해를 모색하는 장면, 주변 강대국의 압력과 관계 속에 휘둘리는 안타까운 모습등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었다.
소설 마지막 장면으로 가면 철자만 조금씩 바꾼 현실의 대선 주자들과 당이 등장한다. 누구나 알만하게 써 놓았고, 지난 총선의 과정이나 결과까지도 그대로 그려놓았다.
북한의 킬러 최강철은 우리와 대적하고 있는 북한의 킬러지만 그가 살아온 삶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다. 요덕 수용소에서 아버지를 고발하면서 겨우 세상으로 나와 끊임없이 당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 받고 감시당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볼모로 잡힌 채 남한으로 와 스파이 노릇을 해야했다. 그가 소설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명은 남한의 대통령 김문권을 사살하는 것이었으나 이것 또한 당의 명령이기 보단 강대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남한의 대통령 후보인 김문권은 부유한 경주김씨 제숙공파의 종갓집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빨갱이가 되어 재산을 모두 몰수당하고 끝내 돌아가시자 가난에 찌들어 생활해야 했던 사람이다. 여러 계기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지만 그 또한 군사정부의 눈엣가시가 되어 고초를 당한다. 그러다 운동이 아닌 정치의 길로 들어서 여당인 통일당에 입당하여 나중에 대통령 후보에까지 이르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의 뒷부분에는 현재의 대선주자들과 당이 철자만 조금 다르게 하여 모두 등장한다. 잠깐 살펴보면 기호1번 김문권(통일당), 기호 2번 문인제(한민당), 시민대표 안영수는 나중에 문인제와 후보 단일화를 하여 그를 응원하게 된다. 통일당내의 경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선화와 대립 각을 세우다가 여비서와의 스캔들, 뇌물수수, 색깔론에 북풍까지 극복하여 극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된다.
그러면 김문권의 실제인물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노동운동을 하다 어이없게 여당으로 입당한 사람, 이름도 비슷한 김문수 후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김문권은 어떤 비리도 없는 너무나 깨끗한 사람이고, 가진 재산은 30년 된 낡은 아파트에, 주말이면 택시운전을 하고, 소록도에 가서 봉사를 하는 등 우리가 꿈꾸는 그런 이상적인 대통령상이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그의 정책기조와 통일관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그는 이승만의 건국정신과 박정희의 경제업적을 누구보다 찬양하여 계승하려는 사람이며, 기업들을 위해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반도의 평화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유로존처럼 FTA로 맺어진 동북아 존을 만들면 자연스레 통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누이는 박정희 정권시절에 노동자로 일을 했고, 그 또한 노동자들의 가혹한 처사를 보며 노동운동을 하다 고초를 겪었고, 그의 아버지도 군사정권시절에 빨갱이로 몰려 돌아가셨음에도 어떻게 그들을 찬양을 할 수 있는지 이해 할 수 없고, 가난한 서민들의 삶 속에 살면서 어떻게 복지나 분배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이 기업을 위한 규제풀기 정책만을 생각할 수 있는지, 핵에 관한 그의 생각 또한 위험하지 않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것들을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의 겪게 될 억울한 일들 즉 뇌물수수혐의, 여비서와 스캔들, 색깔논쟁 등에서 그가 빠져나올 수 있는 카드로 이용하기 위해 쓴 장치들이라 할 지라도 이해하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많은 분량이 아니고 가독성도 좋았고, 앞서 말한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나온 반전이나 전체적인 흐름은 재미있었던 것 같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북한의 침투나 세계 정세에 관한 부분은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